단체 구기종목 줄줄이 탈락…재계 ‘올림픽 특수’ 비상

최종수정 2024.04.30 09:34 기사입력 2024.04.29 13:00

'광고 효과' 큰 남자축구 본선 실패
기업들, TV 광고비 지출 줄일듯
가전업계도 '특수' 기대감 낮아져

우리나라 남자 축구 올림픽대표팀의 파리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기업들 마케팅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림픽 특수가 물 건너가면서 TV 광고 등 마케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8강전 경기.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득점하자 한국 선수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9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각자 협회장을 맡은 종목에 대한 후원은 두고 광고 비용에서 지출을 절감할지 말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갑을 닫는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전했다.


남자축구가 인도네시아에 충격패로 탈락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이 결과로 우리나라는 파리올림픽에서 열리는 단체 구기종목에서 여자 핸드볼을 빼고 모두 전멸했다. 야구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단체 구기종목은 수영, 육상 등 개인 종목들보다 경기 시간이 길고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 많아 TV 광고 노출 효과가 크다. 시청률 조사기업 TNMS에 따르면 2021년 도쿄올림픽 때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본 경기 1~5위 중 4개가 단체 구기종목이었다.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여자배구 4강 경기가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36.8%로 1위였다. 우리나라와 루마니아의 남자축구 예선경기(32.1%), 한일전 야구(26.7%), 여서정의 여자 기계체조 개인 도마 결승(25.9%), 여자배구 예선 한일전(25.6%)이 그 다음이었다.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공식 후원사)인 삼성을 제외하곤 기업 대부분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은 후원사로서 일정 부분 올림픽 후원과 광고에 비용을 투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삼성도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상황이 달갑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파리올림픽을 겨냥해 종목별 현역 스타 선수들로 홍보대사 격인 ‘삼성 갤럭시 선수단’ 25명을 구성해 올림픽의 주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등도 홍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부진한 종목들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졌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언박스&디스커버 2024'에서 'Neo QLED 8K'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올림픽이 다가올 때마다 단골처럼 특수를 누린 가전업계도 이번만큼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3세대 인공지능(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네오 QLED 8K’, LG전자는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QNED TV’를 출시하는 등 ‘올림픽 특수’를 노린 신제품들을 내놨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가정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TV를 교체했던 고객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통상 TV를 교체하는 주기는 5~6년인데, 당시에 TV를 교체했다면 올해 올림픽 시즌에 TV를 새로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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