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최종수정 2024.04.27 18:39 기사입력 2024.04.27 17:07

"연령별 대표팀 4년 주기로 가야"

10회 연속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향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작심 발언도 쏟아냈다.


황 감독은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선수단과 함께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늦은 시간까지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고 미안하다”라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를 준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한국 U-23 대표팀은 26일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는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데 1~3위 팀이 직행권을 따고, 4위 팀은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통해 파리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면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연속 출전 기록도 '9회'에서 마감하게 됐다.


이날 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연령별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이면 (세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 같이 노력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나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난해 9월에 집중해야 했다. 올림픽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도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고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표정의 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출처=연합뉴스]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가 차출 거부로 대회 직전 합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내놨다. 황 감독은 "내가 구단을 직접 방문해서 차출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4월이 되자 각 팀이 순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면서 차출을 거부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매체에서 황 감독이 아시안컵 기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와 면담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나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며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다음을 생각하고, 뒤에서 작업하고, 그런 거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많이 지쳐 있다. 우선은 좀 쉬고 싶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하면서 황 감독은 이달 말로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이 끝났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패배로 파리올림픽 출전이 불발되자 “전력 강화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외국 감독 면접 명목으로 해외여행 가지 말고 약속대로 책임지고 정몽규 회장과 같이 나가라”며 27일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탈락이라는 대참사를 야기하고도 그대로 뭉개고 자리 지키기에만 골몰한 건가”라며 “더 이상 죽치고 뭉개면 참담하게 끌려 나가는 수도 있다. 스포츠맨답게 처신해라. 너희 아니더라도 한국 축구 끌고 갈 사람 많다”고 압박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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