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서버 보관한 휴대전화 정보로 별건수사…'위법'"

최종수정 2024.04.26 14:35 기사입력 2024.04.26 14:35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보관해두고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63)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이 사건은 2018년 12월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모씨에 대해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조씨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디넷에 저장한 검찰은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조씨가 강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검찰 지청 사무과장이던 강씨가 조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응한 정황이 담긴 것이었다.


검찰은 이 내용에 대한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의 녹취록을 만들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등 '수사청탁 사건' 수사에 나섰다. 수사청탁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별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9년 1월에야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은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가다 3월에야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다.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4월에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최초 압수하려던 범죄와 무관한 정보인 녹음파일과 그것을 기반으로 수집한 다른 증거들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 여부다. 형사 재판에서 법원은 엄격한 기준으로 증거의 증거능력을 따지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증거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1심과 2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과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택지개발 비리에 대한) 첫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3영장의 집행도 제1영장에 의한 압수에 따른 복제본이 저장된 대검찰청 서버의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발부된 영장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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