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조사에 은행 커버드콜 ETF 판매 '올스톱'…상품엔 문제 없어

최종수정 2024.04.29 13:54 기사입력 2024.04.29 06:10

불완전판매 집중 점검할 듯
자산운용업계, 홍콩 ELS 사태 재현 가능성에
"상품구조 완전히 달라…비교 적절치 않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오른쪽)과 증권가 건물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의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불완전판매 여부 조사 준비에 나서면서 판매창구서 관련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 등을 전면 재검토했으나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판매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은행들 판매 점검 준비…핵심은 불완전판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최근 시중은행들의 커버드콜 ETF 판매 점검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실제 점검 때는 판매 과정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충분히 고지됐는지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 매수와 동시에 해당 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콜옵션 매도를 통해 배당 재원을 마련한다. 주가 하락 시에는 옵션 매도 프리미엄만큼 손실이 완충되지만, 주가 상승 시 상방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탄력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


연초 이후 커버드콜 ETF 판매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판매 동향을 예의 주시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현재 국내 커버드콜 ETF는 운용펀드(클래스 합산) 기준 총 12개다. 운용설정액은 8521억원이며 연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248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중 상위 5개 펀드에 2560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증가 폭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1년간 12개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2895억원으로 올 들어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주요 점검 대상은 커버드콜 ETF 판매가 많았던 은행이 될 전망이다. 최근 개별 영업지점을 통해 공격적인 판매에 나섰던 SC제일은행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KB국민은행이 언급되기도 했으나 국민은행은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커버드콜 ETF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 역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신탁 ETF 중 하이일드채권 등이 포함된 고위험 상품을 자체적으로 거르고 있다.


금감원은 국내 커버드콜 ETF들과 관련해 제출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등을 점검한 결과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상품이 최초로 출시될 때 심사과정에서 전 서류를 검토하며 이후에도 상시로 점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 관련 증권신고서를 전면 재점검하면서 위험이 제대로 기재됐는지 등을 다시 살폈으나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며 "판매 일선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가 중요할 듯한데 차후 특정 상품으로의 쏠림이 심해지는지는 계속 추이를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도 비상…"커버드콜 ETF, 홍콩 ELS 때와는 다르다"

은행 판매창구가 막히면서 자산운용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A은행 투자전략 담당자는 "증권사들이 최근 커버드콜 상품을 많이 팔았고, 또 홍콩 ELS 사태 이후 팔 게 없어진 은행들이 대체 상품을 찾다 보니 커버드콜 ETF로 쏠림이 있었다"며 "지금 운용사들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선 일각에서 제기된 최근 홍콩 ELS 사태의 재현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폐쇄적 구조의 ELS와 환매가 자유로운 ETF 상품 특성 차이 때문이다. ELS는 통상 6개월마다 기초지수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조기상환 기회를 부여한다. 지수가 목표가보다 낮으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기 때는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지 않는 등 사전에 제시된 조건을 만족 시 원금을 돌려준다. 반면 ETF는 언제든 환매가 가능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유발하지 않는다. 배당 이벤트나 기초지수의 가치 하락 등이 ETF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를 직접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즉각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진 원동력이기도 한 투명성 덕분에 폐쇄적인 구조의 ELS와 ETF는 상품구조가 차이가 크다"며 "ELS의 경우 일정 지수 이하로 빠지지 않으면 원금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더 오해하게끔 키운 부분이 있다. ETF는 원금 보장 상품 같은 구조로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인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월 배당을 준다는 점 때문에 혹시라도 호도하거나 과대광고하거나 오해 여지가 있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분배금이 지급된 후에는 지수가 하락해 마이너스로 바로 잡히면서 고객들도 가격 변동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