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억울하다…“김밥값에서 김 비중은 3%뿐”

최종수정 2024.04.29 07:30 기사입력 2024.04.28 07:00

1년새 김 도매가격 57% 올랐지만
당근 57%, 시금치 69%, 오이 47% ↑
쌀도 작년보다 7.56% 비싸져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가격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김이 지목되고 있다. 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탓에 김밥 가격이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밥 가격에서 김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3%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밥 가격 상승은 김보다는 다른 재료비가 잇따라 상승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이 오름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외식산업 포털 '더(THE) 외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한 줄의 가격은 평균 3323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21년 3월 2692원 대비 23% 상승한 수치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외식산업 포털 '더(THE) 외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한 줄의 가격은 평균 3323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2021년 3월 2692원 대비 23% 상승한 수치다. 김밥 가격은 2022년 8월 처음으로 3000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오름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30.67이다. 전년보다는 5.3% 올랐다.


일각에서는 김밥값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김 가격의 가파른 상승을 꼽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이상기후와 적조 발생으로 김의 원재료인 원초가 흉작인 터라 각지에서 한국산 원초 수요가 늘어 김 가격이 대폭 뛰었다. aT 농산물 유통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김밥에 사용되는 마른김 1속(100장)의 중도매인 판매가는 지난 25일 기준 1만44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6627원)보다 57.54% 상승한 것이다. 소매가 기준으로도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4월25일 김 10장당 1011원이었던 마른김은 1년 만에 1304원으로 28.98% 올랐다.


하지만 최근 김 가격 상승만을 김밥 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김밥 안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은 10여개 안팎”이라면서 “(김밥 안에서) 김이 차지하는 가격의 비중은 3%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리나라 김 수출이 잘된 측면이 있어서 가격이 오른 것은 맞지만, 김 외에 시금치와 당근과 같은 다른 원재료들의 가격이 함께 폭등한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밥 안에 들어가는 주요 식재료들의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김밥 속 주요 재료 중 하나인 당근 20㎏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8만7000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의 5만5187원에 비해 57.65%나 급등했다. 한 달 전(7만4097원)과 비교해도 17% 넘게 상승했다. 쌀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쌀 20kg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5만100원으로 전년 4만6580원보다 7.56% 상승한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시금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69.8%, 오이는 47.9% 폭등했다.


다만 해수부는 김 가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김 수급 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수출 수요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내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 2700ha 규모 양식장을 신규 개발해 김 생산량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마른김의 원료가 되는 물김(원초)의 생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수면을 신규로 개발한다”며 “그동안은 공급 과잉을 우려해 (양식업자) 신규 면허 발급을 원칙적으로 동결해 왔으나 (김 가격 안정을 고려해) 추가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해수부는 마른김과 조미김 가공업체의 부담 경감을 위해 마른김과 조미김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김 가격 안정화에 나설 계획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