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뉴진스보다 신데렐라였던 민희진의 운명은?

최종수정 2024.04.26 15:46 기사입력 2024.04.26 11:16

하이브 리브랜딩·뉴진스 1등 공신
감사결과 발표에 반박 기자회견
비속어·상욕 난무한 충격의 현장

이재익 SBS라디오 PD·소설가

2001년부터 방송국 피디로 일하면서 수많은 가수의 등장과 퇴장을 지켜보았다. 특히 내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신인이 무럭무럭 자라나 슈퍼스타가 되는 경우, 마치 스타탄생에 일조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스타, 그러니까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그대가 되어버리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과 성을 다하던 신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해하곤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대중음악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의 지분은 점점 줄어들어 더 줄어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10년쯤 전만 해도 사무실에서 매일 보는 일상이었는데, 신인 가수를 홍보하기 위해 매니저가 들락거리는 풍경은 버스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보기 힘들어졌다. 유튜브나 각종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등등 매체가 다양해진 이유도 있고 기획사가 거대해지면서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가총액이나 영업이익에서 지상파 방송국을 넘어서는 기획사도 많다. 특히 K-팝 그룹을 만드는 일은 거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어 진행되는 사업이 되었다. 요즘 점입가경으로 진행되고 있는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첨예한 갈등은 K-팝 비즈니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연예기획사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주로 소속 가수와의 갈등이었다. 수익에 대한 정산을 받지 못했다든가, 활동할 때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았다든가 하는 이유로 가수가 기획사를 고소하는 형태가 대부분. 아이돌 중에서는 보이그룹 ‘블락비’가 전 소속사 ‘스타덤’을 상대로 벌였던 법적 분쟁이 유명하다. 소속사가 별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법적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피프티 피프티’의 진흙탕 싸움은 정말이지 참담했다. 영화 같은 성공담이 완성되기 직전,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대체 누가 뭘 얻었나? 소속 가수와 상관없는 머니 게임도 있었다. 1년 전 카카오와 하이브가 벌인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은 연예계와 주식 시장 양쪽에서 굉장한 화제였다. 그리고 다시 하이브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하이브 측에서는 민 대표가 뉴진스와 어도어를 빼돌리려 했다며 고발한 상태다. 심지어 민 대표의 주술 경영 의혹까지 폭로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비속어와 상욕이 난무하는 충격의 현장이었다. 하이브가 뉴진스의 지식재산권(IP)을 무분별하게 침해했고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자신을 하이브 측에서 내쫓으려 한다는 기존의 주장에 더해 사측의 부당한 행위까지 낱낱이 까발리며 오열했다. 하이브를 맞고소하겠다는 선전포고도 잊지 않았다. 얼핏 보면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뉴진스가 만들어 낸 어도어의 대출이 1000억원 단위다. 하이브는 민 대표에 대한 대응과 별개로 뉴진스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으로는 뉴진스가 아니라 민 대표가 더 어울린다. 그녀는 2002년에 SM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등기이사가 되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지금의 ‘하이브’로 리브랜딩한 주인공도, 지금의 뉴진스를 만든 1등 공신도 그녀다. 거창한 학벌도 배경도 요행도 없이 능력과 노력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낸 K-팝의 신데렐라 민희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행운을 빈다.

이재익 SBS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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