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로 사직 알린 서울대병원 교수..."韓의료,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

최종수정 2024.04.25 18:24 기사입력 2024.04.25 18:24

"현 정부 태도, 진료 힘 빠지게 한다"
"환자들께 죄송"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첫날인 25일, 서울대병원 한 병동에 자필 대자보가 걸렸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 되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대자보에는 '사직을 하는 이유'를 담고 있다.


해당 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진료실 문 앞에 붙여진 대자보에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저는 환자분들을 성심껏 대했지만 누구 말처럼 연봉 3∼4억원은 어불성설이며 정부의 낮은 (의료) 수가로 환자는 5분 진료만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장 교수는 "이런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목맨 (의대)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다.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자신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6년째 매년 계약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진료를 힘 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혹의 나이에 얻은 각종 질병과 함께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이 오히려 어리석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두 달 넘게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행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절차와 형식, 내용을 갖춰서 정당하게 (교육) 당국에 제출된 사직서는 많지 않고, 이를 수리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나는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라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대 교수 일부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다음 달부터 사직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정부가 우리의 진정성을 못 믿겠다고 하니 사직하겠다"고 주장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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