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석학' 셜리 멍 교수 "韓, 전고체 상용화 큰 강점 가진 나라"

최종수정 2024.04.26 14:54 기사입력 2024.04.25 16:06

25일 韓화학공학회 학술대회서 인터뷰

셜리 멍 미국 시카고대 프리츠커 분자물리학과 교수가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배터리 분야 세계적 석학인 셜리 멍(Shirley Meng)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한국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큰 강점을 가진 나라로 꼽았다.


셜리 멍 시카고대 프리츠커 분자물리학과 교수는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학술대회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아주 큰 장점을 가진 곳"이라며 "배터리 장비를 만들고 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 양산 노하우까지 가졌다"고 말했다.


멍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2021년 {$_001|LG에너지솔루션_$}과 함께 협업한 '상온 구동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비롯해 배터리 분야 연구논문만 300편이 넘는다. 미국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수석 과학자로 근무했고 미국과학협회 펠로로 선정된 바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모든 소재가 고체로 구성된 배터리를 말한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대비 충격 및 훼손 등에 강하고 칸막이 역할도 담당해 분리막을 최소화 또는 제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남게 된 공간에 양극활물질을 추가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셀 제조사인 {$_001|삼성SDI_$}는 지난달 '인터배터리'를 통해 2027년 양산 계획을 밝히고 올해 상반기 내로 구체적인 양산 계획을 확정짓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는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졌으나 삼성SDI가 양산시점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2030년을 즈음해 상용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멍 교수는 "올해 삼성이 (전고체 양산계획을 통해) 사람들을 흥분케 했다"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다른 생산 체계 때문에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상용화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약점은 높은 생산 비용이다.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은 기존 전해질 대비 수백 배 이상 가격이 높은 상태다. 이로 인해 전고체 배터리가 대량 양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멍 교수는 "지난 10년간 고체전해질 가격은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왔다"며 "미국 솔리드파워와 같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셜리 멍 시카고대 프리츠커 분자물리학과 교수가 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그는 전고체 배터리가 프리미엄 버전의 배터리 플랫폼이 될 것으로 봤다. 멍 교수는 "중저가 차에는 1회 충전에 500마일(약 800km)을 가는 차량이 필요하지 않지만 하이엔드카에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초기에는 애플 워치와 같은 작은 IoT(사물인터넷) 제품에 쓰이겠지만 결국 전기차에 쓰일 것"이라며 "높은 에너지 밀도 덕에 완성차 제조사에게는 전기차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화학공학회 춘계 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멍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와 소듐(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강조했다. 멍 교수는 "배터리는 이제 더 이상 일회용품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고 탄소를 덜 발생하게 하려면 재활용보다는 수명이 긴 배터리 개발이 필요하다. 적어도 1만 번은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리튬이온배터리는 친환경적인 미래 배터리에 적합하지 않고 소듐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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