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읽는 기자]브릿지바이오, 급격히 악화한 재무구조…263억 유증

최종수정 2024.04.26 14:36 기사입력 2024.04.26 06:05

이정규 대표, 청약 참여 위해 구주 매각…유증 후 지분율 8.34%
3년 연속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 차감전 계속사업손실'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업체 브릿지바이오가 263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상장 후 실적 부진 등으로 빠르게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공시를 통해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당 발행 예정가액은 1917원으로 신주 1370만주를 발행합니다. 이를 통해 총 262억6290만원을 조달합니다. 상장예정일은 올해 7월25일입니다.


2015년 설립한 브릿지바이오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NRDO는 기업이나 연구소 등 다른 주체들이 발굴한 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개발한 뒤 개발 중간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조달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에 활용합니다. 특발성폐섬유증 신약후보 물질 'BBT-877'과 폐암 신약 물질 'BBT-207' 등을 비롯해 신규도입과제 R&D 자금으로 243억원을 투입합니다. 또 운영자금으로 7억원을 사용하며 자회사의 연구개발과 운영비 출자자금용으로 13억원을 소모합니다.


브릿지바이오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는 악화한 재무구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2019년 7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과 BBT-877에 대한 11억4500만유로(약 1조5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닥에도 상장했죠. 하지만 2020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이 BBT-877의 모든 권리를 반환했습니다. 이로 인해 실적이 곤두박질쳤습니다.



2020년 브릿지바이오는 매출액 572억원, 영업이익 3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9억2400만원의 매출액과 26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습니다. 지난해는 예상치와 괴리율이 더 커졌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393억원과 734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출액 1억원에 영업손실 40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이 악화하는 상태에서 R&D에 비용을 쏟다 보니 재무구조가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브릿지바이오의 자본금은 132억1400만원, 자본총계 197억2000만원으로 개별기준 자본잠식률은 -49.2%입니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기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지만 연결기준으로 2022년 -321.02%였던 자본잠식률이 지난해 -46.07%로 급격하게 악화했습니다.


회사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3년 기준 자본잠식률은 -49.2%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당기순손실 및 이에 따른 결손금 누적이 이어져 2024년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에 해당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관리종목지정)에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브릿지바이오는 관리종목 요건인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3년 동안 2회 이상'에 해당하는 상황입니다. 2021~2023년까지 3년 연속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50%를 넘겼죠. 작년까지 유예 기간이었던 만큼 자본 확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후 최대주주 지분이 낮아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정규 대표는 브릿지바이오 지분 13.0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50% 이상 청약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지분율은 9.24%까지 내려가며 유상증자 후에는 8.34%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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