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죄인처럼 느껴져"…신혼부부 전세사기 후기에 응원릴레이

최종수정 2024.04.25 10:31 기사입력 2024.04.25 10:31

1년반 동안 마음고생에 인생 계획 등 어그러져
"자책하지 말라" 누리꾼 응원 댓글 이어져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가 올린 '전세 사기 후기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왔다. 누리꾼은 해당 사연을 접한 후 댓글로 메시지를 남기며 이들을 응원했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전세 사기의 끝이 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큰소리 떵떵 치며 잘살겠다고 뛰어든 결혼, 꼼꼼한 성격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검토하고 신혼집을 마련했으나 공인중개사까지 한패였던 대규모 사기 매물에 걸려들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각을 잡고 판을 짜니 누가 와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가장으로서 헤쳐나가기 시작했다"며 "1년 반 동안 온갖 마음고생 하다가 오늘 이행 요구 서류 제출하러 다녀왔다"고 전했다.

전세사기를 당한 신혼부부가 올린 '전세사기 후기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왔다. 누리꾼은 해당 사연을 접한 후 댓글로 메시지를 남기며 이들을 응원했다. [사진=아시아경제 서동민 기자]

A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임대계약 기간 만료 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보증보험 이행청구를 진행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A씨는 "대기실을 꽉 채운 대부분의 사람이 사회 초년생, 젊은 신혼부부였다. 20명 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오가는 말소리 하나 없이 정적만 감도는 게 오히려 이질감이 들었다"며 "오랜 기간 학업에 매진하다 인생 첫 스스로 발을 떼자마자 당한 사기에 다들 얼마나 막막했을지"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A씨는 피해자가 오히려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무엇보다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죄는 사기꾼이 쳤는데, 임차인이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며 "이따금 담당자가 서류가 잘못됐다고 하면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 역으로 빌고 있는 꼴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오픈런했지만 이미 대기가 1시간이 넘었고, 혹시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수 없이 다시 검토하며 마음을 졸였다"며 "최근 사기 급증으로 업무량이 증가해 3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지만, 다행히 서류상 큰 문제는 안 보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증거물로 압수한 전세계약서. [사진=아시아경제DB]

서류를 제출한 후 A씨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건물을 나서니 들어올 때는 안 보이던 게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며 "분당 한 가운데 으리으리한 건물 사이 어쩐지 초라한 신혼부부 한 쌍, 괜히 멋쩍게 느껴지길래 큰맘 먹고 와이프 손을 잡고 백화점으로 향했다"고 했다. 또 "이름 있는 좋은 향수 하나 사고, 비싼 밥 한 끼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며 "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오늘이 그 오르막의 첫걸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액땜했다고 치고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힘내시고 이번 주 로또 1등 되시라", "본인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 등 댓글을 달았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 기자설명회에서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는 국토연구원 주최로 '전세 사기 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피해지원 '성과와 과제'였지만, 논의는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집중됐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 사기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선구제 후회수'를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정부는 선을 그어왔다.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가운데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 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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