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시민의 정치학<4>

최종수정 2024.04.25 07:50 기사입력 2024.04.25 06:00

편집자주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념, 지역, 세대, 젠더 등 사회적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지만 진정한 대화와 토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적과 동지의 구분만이 존재한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들을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 충실하게 이 책의 내용을 구성했다. 또 우리 사회에 '보수'와 '진보', 이념에 따른 '편가르기', '탈진실'과 '가짜뉴스' 등이 팽배한 현실에서 바른 시각을 가지고 정치를 바라볼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를 제공하고자 했다. 독자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잡고 사회 현상들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자 수 922자.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이다. 한 사람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헌법상 기본권은 보장돼야만 한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써 행정부·입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적으로 위헌법률심판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법률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이는 민주주의 정치를 때로는 안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한다. 사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주장이 대립한다. 사법적극주의는 정치적 목표, 사회 정의 실현 등 공공에 영향을 미치는 판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사법소극주의 정치는 의회에 맡겨두고 단순히 법조문을 적용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별로 사법시스템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헌법적 분쟁을 다루는 데 있어 일반법원이 담당하는 경우와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미국·캐나다 등이, 후자는 독일·오스트리아 등이 채택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에서 다수결로 임명동의를 받는다.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종신까지 임기를 보장받는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중략)


정치의 사법화가 논쟁거리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자꾸 사법 절차로 가져가는 일이 흔해지고 있어서다. 정치권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칭송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 결정이라고 맹비난을 퍼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대표성을 지닌 의회가 아닌 소수의 사법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강화될수록 사법부가 행정부·입법부 위에 군림하는 형태가 될 수 있고, 사법부가 견제 받지 않는 존재로서 얼마든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


-임춘한, <시민의 정치학>, 박영사, 2만3000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