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강 '헐값 수출' 늘자 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

최종수정 2024.04.25 08:03 기사입력 2024.04.24 10:53

1Q 수출량 전년比 28%↑…가격은 37%↓
美 "25% 관세 부과해야"
칠레, '조업중단'에 33.5% 관세 결정


중국의 철강 수출이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무역 긴장을 촉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 내 남아도는 철강을 저가로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1억t가량의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매년 약 10억t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위기로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중국 철강 업계는 재고 소진을 위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철강 약 2600만t을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한 수치로, 2016년 이후 최대치다. 3월 한 달 수출량만 해도 99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철강 수출 규모는 950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뛰었다. 이는 2022년 미국 전체 철강 소비량보다 많다.


반면 가격은 대폭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t당 가격은 788.8달러로, 전년 동기(1254.5달러) 대비 37% 저렴하다.


중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처는 동아시아지만, 최근 인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으로의 출하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 업체 칼라니쉬에 따르면 1분기 브라질로의 중국산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했으며 콜롬비아는 46%, 칠레는 32% 뛰었다. 블룸버그는 같은 기간 중국산 철강의 이집트 수출은 95% 뛰고, 아랍에미리트로의 수출은 81% 급증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철강 수출 급증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무역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 철강 회사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낮은 가격에 덤핑 판매하는 '부정행위'를 한다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25%까지 올리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현재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평균 관세는 7.5%로, 바이든 대통령 지시대로라면 관세가 3배 뛰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 수입 비중이 다른 국가만큼 높지 않지만, 중국의 공급 과잉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태양광, 2차전지, 전기차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의 과잉 생산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동시에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면서 11월 대선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통상 관행이 "사실무근"이라며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칠레는 지난 22일 미국보다 먼저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업은 중국산 철강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대량 수입되자 칠레 주요 철강 회사인 CAP가 조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영향이다. 라틴아메리카 철강협회(Alacero)에 따르면 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00년 15%대에서 2023년 54%까지 치솟았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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