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크립토닷컴 긴급 현장점검…29일 韓출시 연기

최종수정 2024.04.23 19:00 기사입력 2024.04.23 19:00

금융위 FIU, AML 관련 우려요인 발견
크립토닷컴, 이달 29일 예정 서비스 연기
"오케이비트 운영때 AML 문제 없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진출을 앞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의 자금세탁방지(AML) 행위와 관련해 혐의점을 포착하고 23일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 사진은 크립토닷컴 코리아의 패트릭 윤 사장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내 진출을 앞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크립토닷컴의 자금세탁방지(AML) 행위와 관련해 혐의점을 포착하고 23일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 당국의 제동에 크립토닷컴의 한국 서비스 출시도 이달 29일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회사의 AML 행위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 있어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면서 "제출한 자료에서 현장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립토닷컴은 이달 29일 크립토닷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국에서 공식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크립토닷컴은 2022년 인수한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OK-BIT)를 100% 인수하며 새 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자체 기술력으로 '김치 프리미엄(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세와 해외 거래소 시세 간 차이)'이 없는 적정 가격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국내 수요가 높은 가상자산 특성상 국내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김치 프리미엄은 약 10%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크립토닷컴의 국내 서비스 개시일도 이달 29일에서 무기한 연기됐다.


크립토닷컴 측은 "크립토닷컴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며 "다음주 29일 예정된 국내 앱 출시를 연기하고,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검증·승인받은 철저한 정책, 절차, 시스템 및 규율에 대해 한국 규제당국에 명확히 설명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진출하기에 쉽지 않은 시장이지만, 당사는 한국 규제 당국과 협력해 한국 소비자를 위한 책임 있는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 "크립토닷컴은 오케이비트 인수 이후 한국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않았다"며 "당사가 인수할 당시 약 900명의 고객이 오케이비트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한 이력이 없었다. 크립토닷컴 인수 이후 기존 오케이비트 고객은 출금 기능만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사전 점검이란 분석과 함께 이전 거래소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을 수 있다는 두 가지 해석을 내놨다. 이와 함께 '김치 프리미엄' 없는 글로벌 시장 수준의 가격을 제공하겠다는 크립토닷컴의 핵심 정책과 관련해 문제점을 포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자금세탁에 관해 현장점검에 나섰다는 것은 새로 오픈하는 거래소인 만큼 고객 확인 의무 등 AML에 각별히 신경쓰라는 것, 또는 이전 거래소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된 부분을 지적하는 것 등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 기조 역시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 다음에 검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치 프리미엄을 없애겠다는 서비스 방향과 관련해서는 의문점을 표했다. 황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정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와 동일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상 애당초 불가능하다"며 "서비스 구현방식은 실제 서비스가 나와봐야 되겠지만, 거래소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듯하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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