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쇼크]감탄 나오는 '초저가'의 유혹…중국산이어도 싸면 산다

최종수정 2024.04.30 09:14 기사입력 2024.04.29 06:30

④알리와 테무가 일으킨 '초저가' 소비
미국 직구 선호하던 소비자 중국 직구로 선회
"중국산이면 어때? 싸잖아"
해외직구 구매액도 급증

"허리띠 7900원? 안경 3000원? 미쳤나봐…배송비가 더 나오겠다!" 지난달 말 유명 스트리머 침착맨(웹툰작가 이말년·본명 이병건)은 온라인 방송에서 평소 써 본 적 없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애플리케이션(앱) 상품들을 둘러보며 저렴한 가격에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알리와 테무에서 물건을 구매해본 경험을 나눴다.



'초저가'로 소비자 홀렸다…최대 직구처 된 中

소비자들이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같은 제품을 국내 오픈마켓에서 살 때보다 몇 배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는 데다, 인건비도 저렴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20대 직장인 정지수씨(가명)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최근 테무 쇼핑에 빠져들었다. 테무가 제공하는 '첫 구매 할인'을 계기로 테무의 고객이 됐다.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구입하는 정씨는 "국내 매장에서 사려면 5000원이 넘는 제품을 테무에서는 1000원 남짓에 판매한다"며 "품질이 별로라는 소리를 들어 걱정했는데, 아직까지는 품질이 뒤처진다는 생각도 안 든다. 국내 상점이나 e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발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2% 급증했다. 전체 직구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해외직구 구매액은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미국을 사상 최초로 앞질렀다. 미국발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전년 대비 7.3% 줄어든 1조8574억원으로 집계됐다.


C커머스발 직구가 급증하면서 전체 해외직구 구매액도 늘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성장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6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저가 상품 공세로 큰 성장세를 보인 중국 해외직구가 규모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직구 금액이 늘어난 품목 역시 의류·패션 관련 상품(43.5%), 생활·자동차용품(35.9%), 스포츠·레저용품(65.5%) 등 모두 국내 소비자들이 C커머스에서 주로 구매하는 상품군이다.



중국 직구 앱의 국내 결제액도 급증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올해 1분기 결제 추정금액은 8196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의 3101억원보다 164%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테무의 결제추정액은 91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달에만 463억원으로 두 달 만에 결제액이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진출 직후인 지난해 8월(10억원)과 비교하면 거래액이 40배 넘게 증가했다.


다만 한국 소비자들은 C커머스에서 주로 저가 제품을 구매한다. 이 기간 알리와 테무의 결제액을 월간이용자수(MAU)로 나눠 1인당 결제액을 계산한 결과, 알리와 테무가 각각 3만3622원과 4451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주요 e커머스들의 1인당 결제 추정액은 1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와이즈앱의 결제액 추정은 만 20세 이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통계적 추정 방식을 사용하며, 신용카드·체크카드·계좌이체·휴대폰·소액결제로 소비자 결제내역에 표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C커머스의 1인당 결제 추산금액이 적게 나타나는 건 판매하는 제품이 주로 저렴함을 내세운 이유로 풀이된다.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품목당 가격 자체가 낮다 보니 1인당 구매금액도 적게 나타나는 것. 다만 알리는 테무보다는 높은 금액대를 보였는데, 지난해부터 운영을 개시한 국내상품 전용 판매 채널 'K베뉴(K-Venue)'의 영향으로 보인다. K베뉴는 국내 기업들이 입점해 상품을 국내에서 발송하는 전용 채널로, e커머스들의 오픈마켓과 비슷한 플랫폼이다. K베뉴는 기존 알리에서 보기 어려웠던 농축산물과 간편식 등 식품류에 더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전자기기까지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저가 e커머스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객단가가 낮은 편이라 아직은 영향이 미미하지만, 이 시장이 궁극적으로 60조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국내 소비시장이 600조원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C커머스의 비중이 10%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함흥차사' 배송에 유해물질까지…C커머스 "배송기간 단축·서비스센터 신설"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C커머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는 1만9418건을 기록해 전년도의 1만6608건보다 16.9% 늘었다. 이 중에서도 물품 직접거래 상담은 전년보다 136.1% 급증해 가장 많이 늘었다. 소비자원은 알리 등 C커머스 관련 상담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C커머스에서 겪은 불편은 주로 환불과 배송 관련 문제였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 이유 중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가 7521건(38.7%)으로 가장 많았다. 미배송·배송 지연·오배송 등 배송 관련 불만이 2647건(13.6%)으로 그 뒤를 따랐다.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중국 현지로부터 배송되는데, 해운 등 물류를 거쳐야 해 배송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C커머스 고객들의 쇼핑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이내에 '알리·테무·쉬인'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80.9%가 C커머스를 이용하면서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의 조사에서도 배송지연(59.5%)을 문제점으로 꼽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았고 ▲낮은 품질(49.6%) ▲제품 불량(36.6%) ▲과대 광고(33.5%) ▲AS 지연(28.8%)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기준을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일도 발생했다. 인천본부세관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404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24%에 달하는 96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이달 초 밝혔다. 인천세관의 성분분석 결과, 이들 제품에는 국내 안전 기준치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700배에 달하는 카드뮴과 납이 검출됐다. 서울시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알리에서 판매율 상위를 차지한 생활 밀접 제품 31개 중 8개 어린이 제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C커머스 플랫폼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와 테무 모두 문제가 된 상품에 대해서는 삭제 조치와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알리는 현재 90일 이내 무조건 반품·환불 및 배송기간 보장제, 가품 보상제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 교수는 "제품 생산은 중국에서 하고 플랫폼은 세계 각국에서 운영하는 C커머스 플랫폼의 한계 탓에 불량품이나 가품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판매 상품이 워낙 저가다 보니 소비자들이 받는 영향은 크진 않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 검수를 강화해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 싣는 순서
①韓 삼킨 초저가 전략…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
②알리가 쏘아올린 '제로 수수료' 정책이 창업자들 살려
③"중국 품에 안겨라" 인재 흡입하는 알리…고용 창출 효과는?
④중국산이어도 싸면 산다…소비 트렌드도 바꿨다
⑤中에 안방 내준 후에야 대응책 마련 분주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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