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멤버십 인상 후 美 주가 급등...지배구조 살펴보니[기업&이슈]

최종수정 2024.04.22 10:16 기사입력 2024.04.20 08:30

⑮토종 e커머스 쿠팡이 한국기업이라고?
쿠팡, 지배구조상 완전 미국기업
스타트업 '플립' 아닌 美기업서 시작
한국서 회원비 인상 강수…수익구조 개선되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내 e커머스 1위 쿠팡이 기습적인 회원비 인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 모기업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모기업의 수익성을 손쉽게 개선하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의 짐을 지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쿠팡은 실제 사업주체인 한국지사가 시장 1위 기업으로서 '토종 e커머스'로 불리지만, 지배구조상 완전한 미국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1위 토종 e커머스라 불리지만…지배구조는 미국기업
2021년 3월11일(현지시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의 주가가 이달들어 22% 이상 상승했다. 지난 13일 쿠팡 한국지사가 월 회원비를 58%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쿠팡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다.


쿠팡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회원비 인상을 고려한 것은 미국 주주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쿠팡Inc 주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주가가 너무 낮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해 쿠팡은 수익성 개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쿠팡 주가는 2021년 3월11일 상장 당일 장중 최고가로 6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으로 바뀌며 이달 초까지 10달러대에 머물고 있었다.


쿠팡은 지배구조상 미국 본사인 쿠팡Inc가 한국지사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기업이다. 쿠팡Inc의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3.9%), 김범수 이사회 의장(10.1%), 모건스탠리(6.9%)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사회도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과 함께 미국인 주요 이사들로 구성돼있다. 김 의장은 쿠팡Inc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상장 당시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클래스 B 보통주를 부여받아 76.7%에 달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지배구조 자체는 완벽한 미국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 '플립' 전략 교본처럼 불리지만…美 본사서 시작
쿠팡이 지난해 6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2010년 창사 이래 14년 만에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국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기 위해 '플립(Flip)' 전략을 취했다고 보기도 한다. 플립 전략은 한국에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던 기업이 미국 VC 투자를 목표로 미국에 지사를 세운 후, 양사 지분교환을 통해 미국 지사를 모기업으로, 한국 본사를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전략을 뜻한다.


하지만 실제 쿠팡은 미국 모기업인 쿠팡Inc가 먼저 투자를 유치해 한국 지사를 설립, 운영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김 의장은 2010년 7월 미국에서 쿠팡Inc의 전신인 포워드벤처스LLC라는 기업을 창업했고, 이후 한국에는 쿠팡의 전신인 유한회사 포워드벤처스를 세웠다. 쿠팡은 본래 소셜커머스 서비스명이었으나 이후 2017년 사명을 포워드벤처스에서 쿠팡으로 변경했다.


미국에 투자유치 기업을 세운 이후 사업주체를 한국에 차릴 수 있었던 것은 김 의장이 과거 하버드대를 나온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미국 투자업계 인맥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설립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블랙록 컨소시엄에서 3억달러, 미국 세쿼이아캐피탈에서 1억달러 등 글로벌 VC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회원비 인상 강수 최선이었을까

쿠팡이 회원비를 대폭 인상한 것이 수익성 개선과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도 대규모 회원 이탈 전망에 경쟁사들까지 앞다퉈 회원유치에 나서면서 오히려 시장 지배력은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쿠팡이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회원비 58% 인상을 발표한 직후부터 경쟁사인 네이버와 컬리는 '멤버십 3개월 무료'를, G마켓과 옥션 등은 연회비를 80% 이상 인하하는 등 멤버십 할인에 나섰다. 1400만명에 달하는 쿠팡 회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개시한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빠른 성장세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국내 이용자수는 887만명으로 2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테무의 이용자 수도 829만명으로 한달 만에 42.8% 급증했다.


쿠팡이 회원비 인상을 수익성 개선에 활용하더라도 1%대에 머무는 낮은 영업이익률이 오랫동안 이어진데다, 누적결손금이 43억8300만달러(약 6조630억원)에 달해 근본적인 체질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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