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LFP 대적할 3대 키워드…단결정·고전압·미드니켈[배터리완전정복](33)

최종수정 2024.04.22 07:26 기사입력 2024.04.20 08:00

편집자주지금은 배터리 시대입니다. 휴대폰·노트북·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곳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배터리 완전정복]은 배터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 학생, 배터리 산업과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배터리의 기본과 생태계, 기업 정보, 산업 흐름과 전망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올해 1월 신년사에서 "하이니켈(High Nickel) 기술을 보다 고도화시키고 미드니켈(Mid Nickel)과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기술 쿠데타'를 일으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월 초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김순주 에코프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검증된 하이니켈 단결정 양산 기술을 고전압 미드니켈에 확대 적용하고 연내 완성차 및 셀 제조사를 대상으로 신규 거래선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열린 '2024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미드니켈 퓨어 NCM(니켈·코발트·망간)'에 올해 최고혁신상이 돌아갔다. 미드니켈 퓨어 NCM은 고전압에서 구동 가능한 미드니켈(NCM613) 소재로 만든 노트북용 배터리다.


2024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종합최고혁신상을 수상한 LG에너지솔루션의 미드니켈 퓨어 NCM(613) 노트북용 배터리. 사진=강희종기자

이 배터리는 단결정 양극 소재를 적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더욱 발전된 차세대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드니켈 배터리를 확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 기기 이외에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응용처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위 두 사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결정', '고전압', '미드니켈'이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저가의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위해 값이 저렴한 배터리를 원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화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각국이 열 전이(Thermal Propagation·TP)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NCM,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비교적 열적 안전성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LFP 채용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비장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단결정 입자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다. LFP와 경쟁할 만한 가격에 하이니켈 NCM에 버금가는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가 새로운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강화되는 TP 규제..."니켈을 어찌하오리까"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최근 열적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기차 화재 사고가 증가하면서 각국이 전기차 안전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배터리 안전 규제는 2018년 UN GTR(Global Technology Regulation·세계기술기준)이 처음으로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UN-GTR은 '전기차 내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화재, 폭발 상황에 대해 최소 5분 전에 경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배터리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Thermal Runway·TR)와 열전이(Thermal Propagation·TP)에 의해 발생한다. 열폭주란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Cell)이 내외부의 열적 요인이나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온도가 급상승해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발생한 폭발이 인접 셀로 전파돼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 열전이다.


UN-GTR의 권고안을 만족하려면 최초 열폭주 이후 열전이까지 5분의 지연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에서는 UN-GTR이 2024~2025년경 발표할 2단계 권고안에서는 5분보다 긴 15~30분의 강화된 지연 시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2030년부터는 열전이가 아예 발생해서는 안되는 수준까지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N-GTR의 권고안 이후 미국과 유럽도 배터리 안전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비해 전기차 제조사들은 선제적으로 배터리 기업들에 열적 안정성이 강화된 배터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GM, 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전기차 화재로 인한 리콜로 손실이 발생한 것도 전기차 안전에 대한 니즈를 키우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열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에서 열을 관리하거나 팩과 모듈에 특별한 소재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셀 자체에서 발화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삼원계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양극 활물질로 사용한다. NCM, NCA 양극재는 니켈(Ni)을 핵심 원료로 한다. 양극 활물질에서 니켈의 함량을 늘릴수록 리튬이온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올릴 수 있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확대할 수 있다. 양극 활물질에서 니켈의 함량이 80% 이상인 것을 하이니켈 배터리라고 한다.


반면 니켈은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4로 산화한다. 산화된 4가 니켈 이온(Ni 4+)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전해액과 반응해 산화니켈을 형성한다. 또 니켈과 산소의 결합 에너지가 약하다 보니 열을 방출하면서 안정화하려는 성질이 있다. 니켈의 함량이 많을수록 열적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알루미늄을 도핑하거나 양극재 입자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니켈 함량 90% 이상의 양극재도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등 고객사들은 여전히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하이니켈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이는 고객사들이 LFP 배터리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 LFP의 대안으로 국내 양극재 및 배터리 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다. 고전압 미드니켈은 니켈 함량을 50~70%로 낮추되 전압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올린 것을 말한다. 가격이 비싼 니켈의 함량을 줄이면 안정성을 강화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또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에서는 수산화리튬보다 저렴한 탄산리튬을 사용한다.

기술 퇴행?...같은 듯 다른 미드니켈

양극재 기업들은 니켈의 함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함량이 각각 50%, 20%, 30%인 NCM523부터, NCM622, NCM811, NCM9반반(1/2, 1/2)까지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다보니 미드니켈이라고 하면 배터리의 기술이 과거로 퇴행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배터리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고전압 미드니켈은 과거의 미드니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4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은 NCM613이다. 예전의 미드니켈에서 코발트의 함량을 줄이는 대신 망간의 비중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가격은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 대비 10%, 열적 안정성은 30%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NCM 양극재에서 코발트는 출력을 담당한다. 출력이란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특성을 말한다. 그렇지만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고 광물 채권 단계에서 아동 노동 문제로 인해 국제적으로 사용을 줄이는 추세다. 코발트 프리(Cobalt Free) 혹은 코발트 리스(Cobalt Less) 양극재다.


반면, 망간의 함량은 확대하는 망간 리치(Manganes rich) 쪽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망간은 니켈, 코발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고전압 구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망간은 구조적 안정성을 담당한다.


니켈의 함량을 줄이면 에너지 용량이 감소하게 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밀도= 용량 x 전압'이므로 전압을 높이면 줄어드는 용량을 상쇄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재 4.2~4.3V인 충전 전압을 4.4~4.5V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 전압을 0.1V 씩 올릴 때마다 에너지밀도는 5mAh/g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양극재 업계에서는 고전압 미드니켈(단결정 유니모달)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하이니켈(다결정 바이모달)보다 우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충전 전압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전압을 올리면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나 소재 내 크랙이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망간의 함량을 확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망간 함량이 늘어나면 저항이 함께 증가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핑 소재를 적용하거나 입자 표면을 코팅하는 방법으로 균열을 억제할 수 있으나 적절한 소재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단결정(Single-Crystal)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단결정은 하이니켈 양극재의 수명과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기술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미드니켈 양극재에서도 훌륭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결정이란 소재 단위 입자가 하나의 결정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을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입자 형상(one body)으로 만든 소재를 말한다.


이미지출처=LG화학 [LG케미토피아]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러 개의 결정이 하나의 입자를 이루고 있는 다결정(Poly-Crystal) 양극재를 사용하고 있다. 다결정 양극재는 압연 공정에서 깨지기 쉽다. 특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소재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 틈으로 전해액이 침투하면서 소재와 부반응을 일으키며 가스가 발생한다.


반면 단결정 제품은 입자 단위가 하나이기 때문에 균열을 방지하고 안정성과 수명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단결정은 높은 압력에서도 깨지지 않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나 건식 전극을 구현하기에도 유리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단결정 양극재가 다결정에 비해 용량은 10%, 수명은 30% 향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양극 소재는 입자 크기에 따라 대입경(10~20마이크로미터·㎛), 소입경(5㎛ 이하)으로 구분된다. 양극재는 입자 간 공극을 줄이기 위해 대입경과 소입경을 섞어 쓰는데 이를 바이모달(bimodal)이라고 부른다. 통상 대입경과 소입경을 8대2 혹은 7대3의 비율로 혼합한다.


업계에서는 우선 대입경 다결정과 소입경 단결정을 함께 사용하다 향후에는 소입경 단결정만을 사용하는 유니모달(Unimodal)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드니켈, LFP에 맞설 수 있을까

국내 배터리 셀 및 소재 기업들은 보급형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시장을 겨냥해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한편, 단결정의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도 함께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LG화학은 2023년 6월 국내 최초로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했으며 현재 고전압 미드니켈, LFP 양극재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도 단결정 기술을 고전압 미드니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니켈 함량 86% 이상인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미국 얼티엄셀즈에 공급했다. 이 회사도 단결정 입자 구조를 적용한 고전압 미드니켈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단결정 하이니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엘앤에프(L&F)도 고전압 미드니켈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모신소재는 하이니켈 소입경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고전압 미드니켈이 이 얼마나 전기차 시장에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시장 조사 기관들도 아직 이렇다 할 전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새 시장 전망. 출처SNE리서치 2024 NGBS 세미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LFP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FP는 지난해 전체 양극재 시장(전기차·ESS·IT 포함)에서 3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원계의 비중은 하이니켈 NCM(16%), 미드니켈(NCM523·NCM622, 22%), NCA(11%) 등 모두 49%였다.


2030년에는 LFP 비중이 54%로 절반을 넘어서는 대신 미드니켈의 점유율은 1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저가 및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기존의 미드 니켈 양극재가 LFP에 밀릴 것으로 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앞으로 시장에 선보일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가격과 성능, 안정성까지 고루 갖춘 새로운 형태의 미드니켈 양극재가 등장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참고문헌>
WAGU Research,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 수요 확대, 2023.6.25
LG에너지솔루션, [All about Battery] 니켈은 왜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가요?, 2023.7.27
LG화학, [LG케미토피아]FOCUS ON ?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2024.2.19
포스코뉴스룸, 포스코퓨처엠이 주도하는 차세대 양극재 기술, 2024.3.7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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