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00만 시대]⑤치매 복지 사각지대 메우는 '치매안심센터'… "덕분에 겨우 살만해"

최종수정 2024.04.25 08:23 기사입력 2024.04.25 07:00

주 2회 3시간씩 두뇌 자극 수업… "악화 방지가 가장 중요"
치매 환자 보호자 "도움 감사… 혼자 집에서 돌봄 불가능해"
'치매안심가맹점' 등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안심마을' 조성

"어! 여기 찾았다." "잘하셨어요. 다 찾으셨네요. 완벽한데요!"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교실은 낱말 퍼즐을 푸는 치매 노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지도하는 작업치료사들의 격려로 떠들썩했다. 정답을 못 찾는 사람에게도 "시금치 찾았고, 배추 찾았고, 깻잎이랑 옥수수는 어디 있을까요"라며 두뇌 활동을 자극했다.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기억키움쉼터' 수업에서 작업치료사가 치매 노인의 두뇌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프로그램의 이름은 '치매환자기억키움쉼터'. 주 2회 3시간씩 진행되며 총 4개 반 60여명의 치매 환자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치매 노인은 모두 11명. 자전거와 오토바이, 시금치, 배추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간단한 단어를 찾는 퍼즐이지만 이들에겐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단어 하나를 3~4초 만에 찾기도 했지만, 오래 걸리는 경우 20초가 넘도록 간단한 단어 하나 찾지 못했다. 치매 진행 상황에 따라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참석자 모두 자신의 힘으로 퍼즐을 풀기 위해 더듬더듬 오답을 지워가며 낱말을 찾았다.


부인이 2020년부터 치매를 앓는 김우술씨(86·남)는 "아내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해 나이 80이 넘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집에서 보호자 혼자 치매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치매안심센터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내도 매주 두 번 센터에 오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이곳에서 관리받으면서 병세가 악화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교실 옆 휴게실에선 보호자를 위한 뜨개질 수업이 한창이었다. 광진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치매 가족을 데려온 보호자 10여명이 손으로 뜨개바늘을 움직이면서 가끔 서로 쳐다보고 웃기도 하고 치매 간병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한숨도 쉬었다.


송신애 광진구치매안심센터 인지가족팀장은 "치매 환자에게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두뇌 자극 활동을 제공해 치매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보호자들이 서로 정서적 지지와 정보 교류를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치매 간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에는 치매안심센터와 연결되는 치매안심가맹점이 39곳 있다. 가맹점에 들어온 노년층 손님이 같은 물건을 여러 번 구매하거나 배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치매 의심 행동을 하면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경찰서, 관공서 등에 연락해서 인계한다. 또, 손님이나 주변 주민에게 치매안심센터를 소개하는 활동도 한다.


치매안심가맹점인 '양스커피' 대표 모양원씨는 "우리 아버지도 치매 환자여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열었다"며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가맹점 모두 광진구에서 치매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나부터 광진구치매안심센터에서 아버지를 잘 돌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자세히 배웠고,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며 "우리 가게에 치매 환자가 방문하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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