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뜨는 ‘흙수저’ 보실래요?… 공고 출신 청년 창업 이야기

최종수정 2024.04.19 16:34 기사입력 2024.04.19 16:34

글로벌탑넷 이현호 대표, 컴퓨터 서버업체 설립

IT장비 개발·수출, 클라우드 백업솔루션 서비스

해외 시장에 ‘카멜코인’ 출시, 블록체인 사업도

컴퓨터 서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현호(31) 대표가 창업한 해는 2017년. 국내에서 서버 생산·서비스 분야 손가락에 꼽히는 이 회사를 출범시킬 때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그는 부산의 공업계 특성화 고교인 대양공고를 졸업한 뒤 대기업 협력사에서 인터넷 서버 관리와 영업을 익힌 게 창업 밑천의 전부였다. 그러다 전산병 모집 공고를 보고 입대했다.


“내가 배운 기술로 세상에 도전하겠다는 ‘출사표’를 쓰기 시작한 곳은 군대였지요. 홀로 된 어머니와 누나, 힘든 가족을 위해 성공하겠노라고”.


군 복무 기간은 서버 장비를 다루며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공’을 쌓는 시기였다고 이 대표는 기억했다.

글로벌탑넷 이현호 대표이사.

제대한 뒤 곧바로 부산 금정구에 글로벌탑넷이라는 서버 제조업체를 창업했다. 서버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그로부터 6년 지나 글로벌탑넷을 연매출 수십억원대 기업으로 키웠다. 서버 제조와 솔루션 서비스 분야는 덩치 큰 기업이 눈길을 두지 않는 순발력과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소개했다. 중국 등 해외제품이 국내 곳곳으로 깔리는 국내시장 틈새에 이 대표가 ‘국산화’ 카드를 꺼내들고 시장을 노렸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서버 제작 공급과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납품 등을 합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내 핵심기업으로 성장했다. 결혼도 잊고 지낸 서른한살 기업인의 창업 연대기가 내일은 더 촘촘한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탑넷은 2017년 설립해 현재 7년 차 스타트업으로 80여종 서버를 자체 개발했다. 이 가운데 30여종은 조달청에 등록돼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국내 기업에 판매되고 있다. 이 기업은 서버 개발과 공급부터 클라우드 구성 등 IT 인프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탑넷이 생산하는 컴퓨터 서버.

창업 초기 이현호 대표는 외국에서 생산하는 서버의 국산화에 관심을 갖고 장비 국산화에 올인했다. 기회는 더 빨리 찾아왔다. 시제품을 완성한 지 얼마 안돼 코로나19 사태가 터치면서 세계가 비대면 온라인 공간에 갇혔다. 당연히 데이터를 처리할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함께 일하던 창업파트너들의 월급 걱정도 옛일이 됐다.


“나처럼 특성화고 출신 ‘흙수저’도 꿈을 가지고 실력을 다지면 IT 벤처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모교에서 매년 특강하며 후배를 실습생으로 채용한다.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 축구부에도 매년 수백만원씩 기부도 한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생 시절 학교 대표 축구 선수 출신이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서버 제조·판매 외에도 서버 안에 고객 요구를 적용한 솔루션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클라우드 플랫폼, 블록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탑넷은 IT 대기업과 협업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 수출 계약도 진행하고 있다. 또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홍콩법인을 설립했고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의 이름을 딴 ‘카멜코인’을 해외 코인거래 시장에 발행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한 ‘서버’를 바탕으로 IT 장비 개발과 수출, 클라우드 백업솔루션, 블록체인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고 힘줬다.


그는 “블록체인 특구인 고향 부산에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울과 해외 등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고 싶다”며 “모교 후배를 위주로 부산에서 IT 인재를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에 진열된 각종 특허권과 인증패들.

이 대표는 현재 국립부경대학교 대학원 공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글로벌탑넷은 지난해 부산 대표 창업기업 ‘브라이트 클럽’으로 선정됐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신진연구자 인건비’ 사업과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대상 선정됐다.


25세에 일으켜 세운 7년 차 그의 기업은 부산시 교육감 표창, 한국산업융합학회 우수 논문상,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표창을 거머쥐었다. 2022년에는 부산경제진흥원장 표창과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고향 부산을 위한 활동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부산울산지회 이사, 부산방송영상포럼 이사,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로도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창업한 회사를 IT분야 대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10년 안에 매출 10조원 규모 그룹으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그는 31세의 자서전을 출간하기 위해 지금 집필 중이다. 10년 뒤 쓰여질 그의 창업 연대기도 기다려진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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