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된 파월, '금리인하 지연' 못 박아…美 국채 2년물 금리 5% 돌파(종합)

최종수정 2024.04.17 08:35 기사입력 2024.04.17 05:05

"최근 데이터, 인플레 진전 확신 못 줘"
연내 3회 금리 인하 입장 선회한 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력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석 달간 예상을 넘어서면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으며 오히려 다음 스텝은 인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5%를 넘어섰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에서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 달성에 진전을 보인다는 더 큰 확신을 분명히 주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신 그런 확신을 달성하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당장은 노동시장의 강세와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진전을 고려할 때 제약적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시간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가격 압력이 지속되면 Fed가 금리를 "필요한 만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대응하기에 정책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금리를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3월 CPI 발표 후 첫 공개 메시지다. 지난 10일 공개된 3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8% 올라 석 달 연속 시장 전망치(3.7%)를 웃돌았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했다. 견조한 노동시장이 소비를 뒷받침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 위험이 커진 가운데, Fed의 입장이 종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서 매파적으로 변화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7일 미 의회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둔화하고 있다는 더 많은 확신을 얻을 때 경제침체를 피하기 위해 제약적인 수준의 현재 금리를 되돌리는 것이 적절하다"며 "우리는 그 시점에서 멀리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파월 의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지난 1~2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Fed 역시 지난달 FOMC에서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존 연내 3회 인하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Fed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 물가가 올라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앞서 Fed는 1970년대에 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고 1980년대 금리를 20%까지 올렸던 전력이 있다.


네이션와이드 뮤추얼 인슈어런스의 캐시 보스찬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자신감이 흔들렸다"며 "파월은 시장이 이미 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5% 선을 돌파했다가 지금은 전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오른 4.98% 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bp 뛴 4.66%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 역시 뒤로 밀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는 오는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대부분 철회했으며,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1~2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7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44%가량 반영 중이다. 하루 전 49%대, 일주일 전 74%대에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Fed가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날 UBS 그룹 AG는 강력한 성장과 끈질긴 인플레이션으로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커졌다고 봤다. 기본 시나리오상으로는 2회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2%까지 내리지 않으면 Fed가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너선 핑글 UBS 전략가는 "경기 확장세가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2.5% 이상에서 머무른다면 Fed가 내년 초 금리 인상을 재개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중반까지 금리가 (현 5.25~5.5%에서) 6.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도 이날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Fed가 금리를 올릴 위험은 낮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며 "인플레이션이 매우 많이 악화할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고, 이는 지역은행 위기와 시장에 모든 종류의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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