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모든 것 삼켜버린 바다'…유가족들 "아직도 보낼 수 없어"

최종수정 2024.04.16 16:21 기사입력 2024.04.16 16:21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남 진도 사고 해역서 선상 추모식

유가족 등 37명 목포해양경찰 경비함정 타고 이곳 찾아

자녀 이름 호명에 참았던 눈물 쏟아 내…서로 위로하기도

"제발 엄마 아빠 꿈에 나타나 줘라. 너무 보고 싶단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 세월호와 함께 304명의 소중한 목숨, 그들의 가족의 평범한 일상까지 모조리 삼켜버린 이곳에는 또다시 울음소리가 울렸다. 아직은 차가운 바닷바람과 파도, 무거운 분위기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엄수된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고 있다.[사진=민현기 기자]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 등 37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목포해양경찰서가 준비한 3015 경비함정(3000t급)을 타고 약 3시간의 항해 끝에 참사 해역에 도착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식을 하늘로 먼저 보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날의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해역임을 표시하는 노란 부표는 지나간 10년의 세월을 증명하듯 녹이 짙게 슬어있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가 흘러나온 뒤 유가족들은 304명의 이름을 소리 내 불렀다. 서로의 자녀 이름이 호명되자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면서도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매년 협의회 유족들은 아이들이 좋아했던 안산 단원고 앞 벚꽃을 국화와 함께 사고해역에 띄웠다. 올해도 헌화를 위해 저마다 국화꽃을 손에 쥔 유가족들은 선체 난간으로 모였다. 배 난간에 거의 올라타다시피 몸을 내놓고 꽃을 바다에 띄우는 그 모습이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자식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듯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뿌려진 수십여 송이의 꽃은 10년 전 그날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와 희생자들에게 가족들의 온기를 전하려는 듯 이내 가라앉았다.


이날 추도사를 준비한 고(故) 김빛나라양의 아버지 김병권씨는 "단원고 앞 거리의 벚꽃을 보면 왈칵 눈물이 난다"면서 "그토록 가슴에 깊은 한을 품고 한송이 꽃으로 그 먼 길을 떠나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엄마 아빠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세월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세월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고 말했다.


협의회 감사이자 고(故) 이호진군 아버지인 이용기씨는 이달 5일 슬픔을 이기지 못한 유족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보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재판 과정에서 비극적인 죽음에 차별을 조장했다"며 "이렇게 세상을 등진 유족이 3명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과 4·16 재단 관계자들은 매년 되풀이하는 약속을 다시 하고 작별을 건네며 목포로 돌아와 목포신항에 거치 중인 세월호 선체를 찾아 추모제를 이어갔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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