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대사 임명 25일만(종합)

최종수정 2024.03.29 21:28 기사입력 2024.03.29 20:55

외교부 보고 후 이날 오후 재가
한동훈 위원장, 수습책 적극 건의
황상무·이종섭 결국 물러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대사 임명이 발표된 지 25일 만이다.


이 대사 측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이 대사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길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 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외교부는 이날 오전 이 대사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윤 대통령은 외교부의 보고를 받은 뒤 이날 오후 재가했다.


총선 앞두고 비판 여론 지속…결국 사의

대통령실은 그간 이 대사의 임명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비판 여론이 거센 데다 이 대사가 사의 수용을 요청함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이 대사의 사의를 재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 대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받던 중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국내에서 ‘도피 출국’ 논란이 일고 여론이 나빠지자 출국 11일 만인 지난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당시 이 대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며 "체류 기간 중 공수처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 여건상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기약 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일각에선 이 대사의 귀국이 ‘총선용’이란 논란까지 일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악화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이 대사를 급히 귀국시켰고, 이를 위한 명분으로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를 급조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사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외교부 업무와 총선에 더 영향을 주지 않고 수사 대응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으로서는 총선을 앞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악재 하나를 털어낸 것이어서 향후 민심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권 위기론 심화에 尹, 국민 눈높이 결정

이 대사가 사의 수용을 요청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불과 열흘 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위기론이 심화되고, '범야권 200석' 승리까지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결국 비판적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사 논란이 불거진 이후 당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적극 전하며 수습책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지속됐던 이종섭 호주대사의 면직안이 재가되면서 윤 대통령은 여당의 요청을 재차 수용하게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와 식사 자리에서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당시에도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전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수세에 몰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윤 대통령이 대승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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