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환경 실시간 탐지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산화 손상 과정 밝혀

최종수정 2021.01.21 14:40 기사입력 2021.01.21 14:39

UNIST 연구진, 미토콘드리아 산화 손상 유발·미세환경 탐지 가능한 다기능 물질 개발

암세포 산화 기반 광역동·방사선 치료법 개선 기대 …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개발된 물질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형태 변화와 세포사멸 메커니즘을 제시한 연구 그림.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포 내 미세 환경 변화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물질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의 산화 손상 경로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산화 손상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광역동(PDT) 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 암 치료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이용훈) 권태혁·서정곤 교수팀은 미토콘드리아를 산화 손상시키면서 주변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다기능성 유기금속 분자를 개발했다.


이 분자는 외부 빛을 흡수해 활성산소를 만들고, 미토콘드리아 주변의 점도, 극성과 같은 정보가 담긴 새로운 빛을 내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을 단백질 분석 기법과 결합해 미토콘드리아 산화가 세포 사멸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내 핵심 기관이다. 활성산소에 의해 미토콘드리아가 산화되는 현상은 각종 암 치료 의료산업에 응용되며 신경 퇴행 질환 및 심장질환과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산화가 기능 저하를 일으키거나 나아가 세포를 죽게 만드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의 특정 단백질 변성이 미토콘드리아 막 점도를 더 끈끈하게 만들고 탈분극(depolarization) 현상을 유도해 세포사멸이 일어난다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점도 증가와 탈분극 현상이 물질 이동 장애를 유발해 미토콘드리아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정상적 기능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개발된 물질을 암세포에 주입하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막에만 선택적으로 붙는다. 여기에 맑은 날 약 1초 정도 노출되는 햇빛 수준의 아주 적은 빛 에너지(0.1 J/cm2)만 쪼여주면 암세포 사멸이 발생할 정도의 충분한 활성산소가 나온다.


또 이 물질의 곁가지(기능기) 간 에너지 교환 현상을 분석해 미토콘드리아 주위의 극성, 점도 등을 알 수 있다. 에너지 교환 현상이 빛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니스트 권태혁 교수(앞줄 가운데)와 연구원들.

유니스트 서정곤 교수.


공동 1저자인 이채헌 UN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개발된 금속유기복합체가 내는 빛(발광)의 수명과 파장을 분석해 막 점성과 극성에 대한 정보를 얻은 덕분에 미토콘드리아 산화 손상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 1저자인 남정승 UN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기반 단백질 분석으로 미토콘드리아 산화에 의한 세포사멸 메커니즘을 뒷받침했다”며 “이번 연구는 화학과 생물학 간 융합 연구의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형태변화 감지를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산화되면 미토콘드리아가 갈라지거나 서로 합쳐지는 현상이 빈번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권 교수는 “개발된 물질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이는 동시에 미토콘드리아가 산화돼 세포 사멸이 일어나는 정확한 과정을 보여준다”며, “광역동 치료를 비롯한 세포 산화 기반 항암 치료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4일 자로 온라인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아산사회복지재단 의생명과학 장학사업, 글로벌박사양성사업(GPF),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원으로 이뤄졌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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