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례였다며 얼버무리는 한·미군

최종수정 2026.08.04 10:00 기사입력 2026.08.04 10:00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파주 휴전선 인근에서 지난달 30일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무인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했다. 해당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 이남 약 3.7㎞ 지점에서 비행했다. 만약 미군 무인기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요격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 전말은 이렇다. 미군은 훈련 전날인 29일 육군 1군단 위관급 장교에게 무인기 비행계획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한국군 장교는 상급자나 상급 부대에 보고하지 않고 "제한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미측은 통보한 사안이 일정 고도 이하의 무인기 비행이라고 여겨 1군단 내 재량사항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점은 2가지다. 첫째는 접경지역 무인기 비행 승인 권한은 일정 고도 이상이면 공군작전사령부에, 이하면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에 있다. 문제가 된 이번 훈련은 공군작전사령부의 승인 대상이었다. 결국 미군은 번지수가 다른 육군 1군단 실무자에 이를 통보했고, 권한이 있는 부대(공군작전사령부)의 승인 없이 무인기를 날린 것이다. 한미 장교들이 상황에 따라 어디로 소통을 해야 하는지 경로조차 몰랐다는 의미다.


소통방식도 잘못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사고를 설명하며 "관례"라고 했다. 통상적인 훈련은 휴대전화로 소통해왔다는 것이다. 전시상황이 되면 북한은 남한 내 혼란을 키우기 위해 중계기를 먼저 공격한다. 이를 한·미군도 잘 알고 있다. 한·미군이 전시상황에 대비해 군 통신망을 설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군 통신망은 도청 등 보안사고까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한·미군은 이런 절차를 모두 어겼다.


군 간부들은 이미 군 통신망보다 휴대전화가 익숙하다. 통신사로부터 일정한 번호도 부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010-5078-XXXX'와 같은 식으로 일정한 번호를 쓸 수 있다. 일명 '군폰'으로 부른다. 군 요금제를 적용받고, 군폰끼리 통화 시 일정 시간은 무료다. 군부대 내선전화와도 송수신이 가능하다.


전시상황이 되면 전방은 복잡한 작전환경에 놓인다. 적군과 아군이 뒤섞이고 아군 간에도 혼동이 생길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연합훈련 기간 소통 절차 준수는 기본이다. 소통도 훈련이기 때문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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