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노폐물 배출구 찾았다…치매 치료 새 길[과학을읽다]

최종수정 2026.07.22 00:00 기사입력 202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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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지주막 소창' 세계 첫 규명
노화된 뇌 청소 기능도 회복 가능성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첫 관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규명됐다. 노화로 떨어진 뇌 노폐물 배출 기능을 유전자 치료로 회복할 가능성도 확인돼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지주막을 통과해 림프관으로 이동하는 미세 배출구인 '지주막 소창'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 림프관의 3차원적 구조, 특징 및 연결. (A) 사골판 가까이에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이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코 내부에도 림프관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음. (B)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의 후각 점막 림프관이 직접 연결되어 있고, 매우 높은 밀도로 림프관이 발달되어 있음. 연구진 제공

뇌는 활발한 대사 활동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폐물을 만들어낸다. 이들 노폐물은 뇌척수액에 실려 뇌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IBS 연구팀은 2019년과 2024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의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할수록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눈과 코 주변의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또 다른 배출 경로와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뇌척수액이 질긴 보호 장벽인 지주막을 어떻게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으로 들어가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뇌 청소 시작점 '지주막 소창' 발견


연구팀은 림프관을 형광으로 표시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을 이용해 뇌 앞쪽 후각망울의 림프관이 뇌와 비강 사이의 얇은 뼈인 사골판을 사이에 두고 비강 림프관과 직접 연결된 모습을 확인했다.


이어 주사전자현미경과 뇌척수액 추적 실험을 통해 지주막에 존재하는 미세한 구멍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이라고 이름 붙였다.

노화에 따른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의 변화. (A~H) 젊은 생쥐에 비해 노화된 생쥐의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은 위축·퇴화 되었으며, 림프관 내피세포가 탈락함. 연구진 제공

형광 물질을 실은 뇌척수액은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됐다. 이후 코안쪽의 림프관을 통과해 목 림프절까지 이동했다.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통과해 목 림프절로 배출되는 전 과정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영장류에서도 같은 형태의 지주막 소창을 확인했다. 생쥐뿐 아니라 사람의 뇌에도 비슷한 노폐물 배출 구조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장은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까지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노화된 배출 기능, 젊은 수준으로 회복


연구팀은 노화가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나이 든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의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다.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지나는 사골판의 통로까지 좁아지면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왼쪽)과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가운데), 진철화 연구원(박사과정, 오른쪽). 과기정통부 제공

연구팀은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혈관내피성장인자-C(VEGF-C)'를 투여했다. 그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이 재생되면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고,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도 젊은 생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는 코안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비교적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뇌 노폐물 배출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아직 동물실험 단계인 만큼 실제 치매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인체 조직을 이용한 후속 연구와 안전성·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IBS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해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며 "인체 조직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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