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 1세대…향년 86세
24년 문화재위원·국외소재문화재재단 초대 이사장
한국 회화사를 독립된 학문 영역으로 세우고 국내 미술사학의 기틀을 닦은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별세한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고인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린스턴대에서도 수학했다.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3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쳤고, 정년퇴임 후에는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도 활동했다. 홍익대와 서울대 박물관장을 비롯해 한국미술사학회장, 한국대학박물관협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고인은 미개척 분야에 가까웠던 한국 전통 회화를 시대와 작가, 양식의 흐름에 따라 체계화했다. 1980년 출간한 '한국회화사'는 선사시대 암각화와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조선 회화까지 한국 그림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한 기본서로 평가받는다. 특히 조선 전기 화가 안견과 일본 덴리대에 소장된 '몽유도원도' 연구의 권위자로 꼽혔다. 중국 미술의 영향만을 강조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 미술이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독자적인 미감과 성취를 이뤘다는 점을 작품에 근거해 규명하는 데 힘썼다.
연구실 밖에서는 문화유산 보존과 행정의 현장을 지켰다. 1985년 문화재위원으로 위촉된 뒤 24년 동안 연속으로 활동했으며, 이 가운데 8년간 동산문화재분과위원장,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문화재위원장을 맡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건립 자문위원과 운영자문위원장, 삼성미술문화재단 이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2012년에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 2016년까지 해외에 흩어진 한국 문화유산의 조사와 환수, 보존·활용 체계를 마련했다. 재단 활동을 토대로 해외 한국 문화유산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한 '한국의 해외문화재'도 펴냈다.
'한국회화의 전통' '한국회화사 연구' '한국의 미술과 문화'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한국 그림의 전통' '나의 한국미술사 연구'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2006년 옥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세종문화상 학술 부문, 연세대 용재학술상, 대한민국학술원상 인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박물관협회가 선정한 '자랑스런 박물관인상'을 받았다.
고인은 말년에 정리한 '나의 한국미술사 연구'에서 자신이 지향한 학자의 자세로 넓은 식견과 높은 안목, 공평무사와 공명정대, 학문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이학보국(以學報國)'을 꼽았다. 한국 회화사를 개척한 연구자이자 문화유산 행정의 현장을 지킨 실천적 학자로 평생 그 원칙을 이어갔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유정씨와 아들 우영씨, 딸 지현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9시다. (02)2072-2010.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