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거부하자 中단체관광객 낮부터 저녁까지 방치…韓 망신살 '머릿수만 늘린 저급 여행'

최종수정 2026.07.21 15:25 기사입력 2026.07.21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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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체관광객이 쇼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 시간 동안 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인바운드 관광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덤핑관광'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세계청년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와 일부 언어권의 가이드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2년간 관광통역안내 업무를 허용하는 임시자격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인력 부족보다 덤핑 상품 구조 속 낮은 보수와 쇼핑 실적 압박으로 기존 자격자들이 현장을 떠난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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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3000만명 드라이브, 숫자만 늘리다 관광 품질 무너지나
저가 모객 손실, 쇼핑 수수료로 충당
유치 인센티브 늘리고 품질 단속은 제자리
정부 '2년 임시가이드' 검토…업계도 반발
佛은 전문해설 보호·日은 완화와 관리 병행

중국 단체관광객이 쇼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 시간 동안 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인바운드 관광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덤핑관광'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관광을 미끼로 쇼핑 수수료에 의존하는 저가 상품이 여전히 시장에 만연한 가운데, 정부는 외래객 유치 확대에는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도 시장 관리와 서비스 품질 개선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가이드 인력난을 이유로 임시자격 제도 도입까지 추진되면서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화장품 판매점 앞에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경찰차가 출동해 있다. 이들은 예정된 쇼핑을 거부한 뒤 여행사 측이 일정을 중단하면서 낮부터 저녁까지 현장에 남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 제공

쇼핑 거부하자 관광객 방치…반복되는 덤핑관광

최근 중국 단체관광객 한 팀이 낮 1시부터 저녁까지 관광 일정에서 제외된 채 현장에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들을 맡은 여행사는 관광객들이 예정된 쇼핑을 거부하자 남은 일정을 중단한 채 현장을 떠났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중국대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중국 관광당국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튿날 출국 일정은 다른 인바운드 여행사가 지원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쇼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체 관광객 전원을 현장에 남겨두고 떠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일부 여행사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된 서울 여행상품 100개를 조사한 결과, 85개가 덤핑 의심 상품으로 분류됐다. 또 중국·베트남 여행상품 7개를 직접 구매해 점검한 결과에서는 4박5일 일정 동안 쇼핑센터를 최대 8차례 방문하는 상품도 확인됐다. 관광객이 물건을 구매할 때까지 매장을 떠나지 못하게 하거나 쇼핑 실적에 따라 가이드의 태도가 달라지는 등 과도한 쇼핑 유도 사례도 잇따랐다.


덤핑관광은 상품 판매가격만으로는 숙박·교통·식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저가 상품을 판매한 뒤 국내 쇼핑과 선택관광 수수료로 손실을 메우는 구조다. 해외 송객업체로부터 지상경비를 받지 못하거나 국내 랜드사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히려 모객비를 지급하는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도 적지 않다.


국내 여행사는 건강식품점과 화장품점, 면세점 등을 일정에 포함하고 관광객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박상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재정적으로 적자가 날 정도로 상품 가격을 낮춘 뒤 관광객 소비를 유도하고, 제휴 상점으로부터 통상 매출의 10~20%를 수수료로 돌려받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상품 가격이 낮을수록 관광객이 쇼핑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쇼핑 실적이 저조하면 여행사와 가이드가 손실을 떠안게 되고, 그 결과 관광 일정은 줄어드는 대신 쇼핑 시간은 늘어난다. 가이드는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안내자보다 판매원 역할을 요구받고, 무자격자가 실제 안내를 맡고 유자격자는 단속에 대비해 버스에만 탑승하는 이른바 '시팅 가이드'도 이러한 비용 절감 구조에서 비롯된 편법으로 꼽힌다.


서울 명동거리 모습. 연합뉴스

외래객 늘렸지만 시장 관리는 제자리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제로피 상품과 쇼핑 강요, 관광통역안내사 보수 미지급 등을 불공정 관광행위로 규정하고 여행사의 쇼핑 수수료 의존도를 점검해 제재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쇼핑을 거부한 관광객이 장시간 방치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저가 상품을 적발하고 문제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집행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정부는 외래관광객 3000만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해외 마케팅과 항공·지역관광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도 외래관광객 유치 마케팅 예산 281억원을 반영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외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실적에 따라 여행사에 각종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 이하의 저가 상품 역시 입국자 수와 숙박 실적으로 집계되는 만큼 관광객의 질보다 유치 실적에 치우친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세계청년대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와 일부 언어권의 가이드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2년간 관광통역안내 업무를 허용하는 임시자격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광통역안내사협회는 인력 부족보다 덤핑 상품 구조 속 낮은 보수와 쇼핑 실적 압박으로 기존 자격자들이 현장을 떠난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KATA는 특정 언어권과 성수기에는 실제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며 업무 분리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외래객은 늘었지만 1인당 지출은 후퇴

佛은 전문해설 보호, 日은 규제 풀며 랜드사 관리

해외에서도 가이드 부족에 대응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품질관리 장치는 함께 강화했다. 프랑스는 일반 관광 동행과 문화유산 전문해설을 구분하고 박물관과 역사기념물의 유료 해설은 전문 자격을 갖춘 가이드만 맡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통역안내사 업무 독점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랜드오퍼레이터 등록제를 도입하고 국가자격 가이드의 정기 교육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임시자격 도입 여부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원가 이하 계약 관리와 서비스 품질 관리, 교육 이수자의 책임 범위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방한 외래객은 1893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1인당 지출액은 1155.8달러로 2019년 수준을 밑돌았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과 최규완 경희대 교수는 최근 관광도시 경쟁력 연구에서 방문객 수와 관광시설 같은 양적 지표만으로는 도시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 원장은 "맛이 좋고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식당을 찾듯 관광도시 역시 실제 경험과 추천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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