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일간 치러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미국의 화력으로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 했다. 실전은 달랐다. 이란의 드론 때문이다. 이란의 사헤드 드론은 중동의 미군기지, 석유 시설, 민간건물 등은 물론이고 미 전략무기까지 파괴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군 공군기지까지 드론을 날려 대당 1조원에 달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E-3 센토리를 공격했다. 미국의 방공망도 뚫었다. 값싼 드론을 먼저 보내 방공망을 교란하고 상대의 방공무기를 소진시킨 뒤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의 요격미사일은 금세 동났다. 이란의 드론은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에서도 활약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는 물론 무인수상정·잠수정을 배치해 완벽 봉쇄에 나섰다. 그야말로 드론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최고인 전략무기였다.
반면 군사 강국이라는 미국은 자존심만 구겼다. 호르무즈 해협을 정찰 중이던 미 육군 아파치 공격 헬기는 이란의 자폭 드론에 격추됐다. 대당 가격이 5000만달러로 알려진 미군 공격 헬기의 상징 아파치가 저가 드론에 무력화된 것이다. 해상의 군사기지로 불리는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도 마찬가지다. 건조 비용 13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된 최신예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은 화장실 변기가 막혀 작전에 차질을 빚었다. 세탁실 화재로 그리스의 미 해군 기지에 입항해 1주일 넘게 수리를 받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시험 비행 중이던 B-52 폭격기 1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했다. 미국의 군사 패권을 상징해 온 핵심 전략 자산들도 실전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결국 미국은 무기 도입 사업체계를 전면 바꾸기로 했다. 고비용·장기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저비용 대량 생산형 무기 조달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한 발당 250만달러(약 38억원)에 달하는데, 만드는 데도 1년이나 걸린다. 미 육군은 토마호크 미사일 대신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저비용 컨테이너화 미사일(LCCM)'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발당 가격을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 이하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위산업 기업들은 상용 부품을 주문하고 일부 부품은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무기 조달 기한을 수개월로 단축할 예정이다. 방공미사일도 바꾸기로 했다. 패트리엇 지대공 요격 미사일은 한발당 약 400만달러(약 61억원)로 제작 기간만 2년 이상 걸린다. 이에 수만 발의 저가형 미사일을 조달하는 별도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 무기 도입체계는 미국과 다를 게 없다. 국내 무기 획득체계는 여전히 100% 완성도를 요구한다. 작전요구성능(ROC) 중심, 장기·고비용·단계별 개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절차도 복잡하다. 각 군과 방위사업감독관실의 단계별 검증과 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방산기업들이 무인수상정을 이미 자체 개발했지만 군에 언제 도입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군도 보수적인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AI) 무기체계를 개발하려면 야전 운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이유로 군은 데이터 공유를 꺼린다. 200여개 무기 개발사업 중 AI 기반 무기체계가 사실상 전무한 이유다. 전력화가 빠르고 가성비가 장점이라는 K방산의 명맥을 이어가려면 제도개선이 우선이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