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친화산업 85조인데 실버주택 규모는 고작 2400억…"분양 허용해야"[문열리는실버주택]
최종수정 2026.04.22 07:20 기사입력 2026.04.22 07:20
커지는 고령친화산업, 시니어 주거 시장은 아직 걸음마
시장 수요 기대는 크지만…업계 "사업성 보완책 먼저"
정부가 중산층 고령자용 시니어 주택 활성화를 검토하자 업계는 사업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익성을 담보할 장치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장기 성장 기대감에 단기 손실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22일 "국내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지만 시니어 주거시설 수용 비중은 1%에 못 미쳐 중장기 성장 여력이 크다"면서도 "초기 투자비와 도심 입지 확보, 운영 전문성 확보가 쉽지 않아 사업성을 따져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실버주택 시장은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령친화산업 시장은 약 85조원인 반면 관련 주택 시장은 0.3%인 2400억원에 불과하다. 실버타운을 짓고 운영하는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수도권에 실버타운을 조성한 기업은 지난해 3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이관익 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헬스사업단장은 "기업은 부동산 가치와 수익성을 주로 따지는 만큼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돌봄 서비스가 결합된 시니어 주택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이어가는 건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속해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에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용인시 한 노인복지주택에서 입주민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강진형 기자
업계의 최대 숙원은 관련 주택 분양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민간이 짓고 운영하는 실버주택인 노인복지주택은 임대형만 허용된다. 과거 분양형 실버타운에서 무자격자 편법 입주와 각종 분쟁이 발생한 뒤 2015년부터 분양이 전면 금지되면서다. 이후 사업자는 임대보증금과 월 이용료만으로 장기간 투자비를 회수해야 했다. 초고가 실버타운조차 초기 몇 년은 남는 게 없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형식의 실버스테이도 분양은 2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업계는 현 구조로는 민간 공급 확대가 어렵다고 본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고려하면 100% 임대형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상환과 초기 사업비 조달이 쉽지 않다"며 "총사업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원가만큼은 초기에 분양으로 회수해야 운영 단계에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분양형 모델 도입에 신중하다. 개별 소유권이 인정되는 분양 주택은 입주민이 "내 집인데 왜 비싼 고령자 특화 서비스를 강제로 받아야 하느냐"며 거부할 수 있다.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 소유자가 젊은 층에 편법으로 주택을 매도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고령자 특화 서비스 중단을 결정해도 막기 어렵다. 고령층 주택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분양형 도입을 전제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공급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업이 분양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여러 조건을 전제로 타당성을 따져볼 수는 있다"고 했다.
수익성을 뒷받침할 입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실버스테이 건설사업에 자금 융자와 대출보증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층 선호도가 높은 서울·수도권 사업지를 중심으로 민간사업자 공모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임대의무기간 종료 뒤 분양 전환 과정의 가격 갈등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 공공지원 민간임대도 분양 전환 시점에 사업자와 입주자 간 가격 눈높이가 달라 잡음이 적지 않다"며 "훗날 벌어질 분쟁 우려가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입주 수요를 키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입주 대상자가 살던 집을 임대로 내놓으면 종합부동산세 등을 감면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자기 집을 떠나기 싫어 입주를 망설이는 고령층이 서울 헌집 대신 수도권 외곽 시니어 주택으로 옮길 유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복지와 연계하는 구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장기 근속자에게 주거 혜택을 제공하는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민간 참여를 끌어내면서 고령자 서비스 질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장기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할 운영 주체 확보가 핵심"이라며 "전문적인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갖춘 사업자들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