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방산 시즌2 진단]불안한 안보에 방산시장 요동친다[양낙규의 Defence Club]
최종수정 2026.03.17 14:46 기사입력 2026.03.17 08:57
<1>요동치는 대륙별 안보정세
K방산의 큰 시장은 중동, 유럽, 아메리카다. 중동은 당장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면전도 시사했다.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대규모 공격 가능성도 크다. 이란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주변 아랍국가의 미군기지 등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이번 전쟁은 범중동전쟁으로의 확전 일로에 있다. 이란은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며 결사 항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중동국가는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무기 수입을 늘리는 이유다. 중동지역은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3%를 차지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동안 카타르(3위), 사우디아라비아(4위), 이집트(8윌), 쿠웨이트(10위)는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에 포함된다. 중동국가가 주요 무기 수입국인 이유는 제조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카타르다. 중동에서 두 번째로 작은 국가이지만 중동지역 무기 수입의 23%를 차지한다. 사우디도 앞질렀다. 수입국도 가리지 않는다. 공중전력은 미국의 F-15, 프랑스의 라팔(Rafale), 유럽의 타이푼(Typhoon) 등 다양하다. 사우디가 카타르를 봉쇄 조치하자 독자적 방위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중동국가 전 세계 무기 수입 33%
사우디는 정책을 바꿨다. 방산 자립화를 위해 수입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방산물자 구매 예산의 50%를 자국 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 2017년에 군수산업공사(SAMI)를 설립했는데 2021년부터는 자체 생산시설에서 군용 항공기 부품 일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틈새시장은 보인다. 예멘과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사우디는 남·북부 국경 지역은 물론 페르시아만 해역에 해군력을 높이고 있다. 사우디 왕립 해군은 2차 확장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대규모 함정 수입이 불가피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국방비를 많이 지출한다. 지난해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9.8%(329억달러)다. UAE는 2019년 자국 내 25개의 방산기업을 통·폐합해 에지(EDGE)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자국 내 13개 기업을 흡수했고 브라질(Siatt), 스위스(Anavia) 등 해외 방산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유지·보수·정비(MRO)사업을 넘어 자체 무기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다. 수입국도 다변화했다. 2019년부터 5년간 무기 수입은 프랑스(42%)와 미국(38%)에 의존했다. 하지만 석유 의존 탈피를 위한 경제 다변화 전략에 눈을 돌렸다. 기술이전을 해주는 국가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한국(천무·천궁 등), 인도네시아(상륙함), 중국(고등훈련기), 스웨덴(조기경보통제기) 등이다. UAE가 협상 1위로 손꼽는 조건은 절충교역(Offset)이다. 무기 구매 조건으로 부품 구매나 기술 이전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K방산이 내세우고 있는 현지화 시설 등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밴토 위성업체에서 2일 촬영한 사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 정유소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 후의 피해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방산기업 관계자는 "중동국가 전략자산 70%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K방산 물량이 2019년 2억4106만달러에서 2024년 7억4748만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앞으로도 군사적 긴장감과 맞물려 무기 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유럽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헤즈볼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를 타격했다. 그러자 프랑스가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이 해군 파견을 공식화하면서 유럽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도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으나 요격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추가 침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 등도 국방비 증액의 요인이다.
SIPRI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 대륙의 군사비 지출은 옛 소련 붕괴 뒤 가장 높은 수준인 6930억달러(약 1003조원)를 기록했다. 1990년 6160억달러(약 892조원)의 113%에 달한다. EU가 발표한 국방백서 '대비 태세 2030(readiness 2030)'은 향후 5년간 유럽의 국방비 지출을 현재보다 최대 8000억유로(약 1270조원)로 늘리겠다고 했다.
유럽 시장 커졌지만 '바이 유러피안' 강조
SIPRI의 '국제무기 거래 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나토 유럽 회원국의 미국산 무기 비율은 64%다. 프랑스·한국산 무기는 각각 6.5%를 차지했고 독일(4.7%)·이스라엘(3.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EU가 국방 지출의 65%를 유럽산 부품 사용으로 충당한다는 이른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이다.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지만 K방산에도 타격이다. 세부 규정을 따져보면 EU 회원국끼리의 공동구매 시에는 완제품 가격의 65%에 상응하는 부품이 비(非)EU 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를 포함하는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권역이나 우크라이나 내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더 까다로운 요건이 붙는다. 당장 우크라이나와 노르웨이 방산업체들이 집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 유럽의 취약점으로 꾸준히 지목된 미국산 무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지만 덩달아 한국도 소외된 셈이다.
자국 보호주의에 대륙별 맞춤형 전략 필요
다만 EU는 'EU 가입 신청국·후보국,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도 EU와 지난해 11월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해 원칙적으로는 자격 요건을 갖춰 안도의 한숨을 쉰다. 특히 EU는 '대비 태세 2030'에서 한국과 일본을 특정하면서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의 방산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 방식은 소개하지 않았지만 방산 협력 의향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준원 한남대학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유럽의 군비 증강,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 경쟁까지 겹치며 글로벌 국방 예산은 유례없는 팽창기를 맞이했다"면서 "각국의 자국 보호주의와 유럽의 견제가 심해져 대륙별 구체적인 수출 준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