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軍장병교육 ‘북한=적’ 대신 ‘정상회담 성과’
최종수정 2018.11.27 10:40 기사입력 2018.11.27 10:40
육군은 비무장지대 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작업을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열쇠부대)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로 일대에서 개시했다. 한 장병이 지뢰제거작업 현장 주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철원=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가 올해 군장병 '정신전력' 교육을 진행하면서 북한군에 대한 교육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교육 일정대로라면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교육을 진행해야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요 계기별 맞춤식 교육'이란 명목 아래 북한군에 대한 교육을 없애고 대신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 장병 정신교육에도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 장병들은 매주 수요일 정신전력 교육을 받는다. 교재는 안보교육교재가 활용된다. 이 교재는 5년마다 발간되며 1~18과로 구성됐다. 국방부는 올해 안보교육교재 발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구용역도 실시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교수들은 용역결과를 통해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있는 우리(국군)에게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 '국내ㆍ국제적으로 북한의 대남 적화 기도를 지원ㆍ동조하는 세력도 우리의 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병들의 정신전력교육에서 북한군에 대한 교육은 제외됐다. 국방부는 당초 북한군을 주제로 한 강의를 구성했다. 계획대로라면 우리의 적 북한군의 실체(8과ㆍ5월2일), 북한의 실상(9과ㆍ5월9일), 북한의 끊임없는 대남도발(10과ㆍ5월16일), 사상전에서 승리하는 길(11과ㆍ5월23일), 한미동맹의 역사와 미래(12과ㆍ6월20일)를 주제로 교육을 해야한다. 하지만 교육 내용이 바뀌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의 의의(8과ㆍ5월2일), 국가와 군대(9과ㆍ5월9일), 현 안보상황과 우리 군의 자세(10과ㆍ5월16일), 국가안보와 강한 전비태세 확립의 중요성(11과ㆍ5월23일), 6ㆍ25전쟁과 우리 군의 자세, 한미동맹(11과ㆍ5월23일)으로 교체됐다. 연구용역결과에도 맞지 않고 기존 교재에도 없는 내용을 교육한 셈이다.
아울러 차기 안보교육교재 발간 시기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국방부는 용역결과대로 안보교육교재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국방백서에 맞춰 '군사적 위협' 등의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1995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 표현했다. 1994년 3월 제8차 남북 실무 접촉 당시 북측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라고 발언한 게 계기가 됐다. 참여정부 시절 발간된 2004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표기했다.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다시 넣은 것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2010년 말 발간된 2010 국방백서부터다.
국방부가 '주적=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삭제한다면 정전 체제에서 분단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군 스스로 안보의식을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정량적으로만 했던 남북 군사력 평가를 정량ㆍ정성적 평가로 동시 반영하기로 해 북한의 전력까지 낮게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백서와 안보교육교재에 적의 개념을 어떻게 할 지는 아직도 검토 중"이라면서 "당초 국방백서(10월), 안보교육교재(6월)의 발간시기가 늦어진 만큼 조만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