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결정체’ 훈련기에서 전투기까지

최종수정 2022.12.13 09:41 기사입력 2022.12.13 09:41

초음속 항공기 T-50 시작해 KF-21 전투기까지 국산화 성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우리 공군은 6·25전쟁 발발 당시 연락기, 훈련기 등 총 22대만 보유했다. 제공권 장악이 아쉬웠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8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전자 병기와 항공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개발 속도는 빨랐다. 2년 만에 국산 전투기는 만들어졌다. 바로 ‘제공호’다. 하지만 국산화율은 23%에 불과해 단순 조립만 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항공 기술력은 세계시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폴란드 등 ‘K- 방산’ 수출에 효자상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전투기 생산에 앞장선 것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다. 카이는 공군이 보유한 T-33이나 TF-5B 기종이 노후화되면서 첫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 개발에 나섰다. T-50의 T는 Trainer로 훈련기를 뜻하고, 50은 공군창설 50주년을 기리고자 정했다. 별칭도 공모를 통해 골든이글(Golden Eagle)로 정했다.


개발은 만만치 않았다. 1992년 미국 제너럴 다이나믹스(현 록히드마틴)과 함께 T-50를 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10년만인 2002년 8월 20일 T-50 1호기는 성공적인 첫 비행을 마쳤다. 당시 현장에 있던 KAI 임직원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그다음 해 2월 T-50은 초음속 비행에도 도전했다. 초음속 비행을 하려면 초속 50m의 태풍급 강풍보다 45배 강한 힘을 항공기에서 내보내야 한다. 또 음속장벽을 돌파할 때 충격파가 발생해 기체가 손상될 수 있어 고난도 항공기술에 속한다. T-50은 초음속 비행도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초음속 훈련기로 자리를 잡았다.


T-50은 세계수출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 T-50i(16대)를 최초로 수출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2006년에는 T-50에 공대지·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TA-50 전술입문기도 개발됐다.


T-50 개발 이후 인도네시아 등 수출 이어져블랙이글 운용 T-50B·FA-50 경공격기 파생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KF-21 성공 개발

T-50의 비행 성공으로 다양한 항공기들이 파생형으로 만들어졌다.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Black Eagles)이 운용 중인 A-37 공중곡예기가 노후화되자 T-50을 개조한 T-50B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공군은 공중곡예를 위해 비행기 앞부분에 조명을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류충돌, 형상변경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KAI는 결국 날개 끝에 장착된 미사일을 조명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공군도 대만족했다. 여기에 공중에어쇼를 하면 뿜어내는 스모크 장치도 별도로 개발했다. 당시 KAI 공장에서는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는 직원들의 신고가 빈번했다고 한다.


T-50을 바탕으로 개발한 FA-50 경공격기도 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F-5 전투기가 노후화가 되면서 개발을 시작했다. FA-50은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은 물론 합동정밀직격탄(JDAM )과 다목적정밀유도확산탄(SFW)등 정밀유도무기까지 장착했다. 2013년 FA-50 1호기를 우리 공군에 납품하면서 수출까지 이어졌다. 그해 12월에는 이라크에 (FA-50IQ), 2014년 3월에는 필리핀(FA-50PH), 2015년 9월에는 태국(FA-50TH)에도 납품했다.


T-50의 기술을 집약해 만든 전투기도 있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다. 지난달 10일에는 시제 2호기가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고속도는 1호기 초도 비행 때와 비슷한 수준인 시속 약 407㎞(220노트) 정도를 기록했다.


KF-21 개발과 비행으로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에 성큼 다가섰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뿐이다. KF-21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1월 ‘첨단 전투기 자체 개발’을 천명한 지 약 22년 만이자 군이 2002년 KF-16을 능가하는 전투기를 개발하는 장기 신규 소요를 결정한 지 20년 만에 날아오른 셈이다.


시제 3∼6호기는 지상 시험과 비행시험 준비를 마치면 올해 말부터 내년 전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비행시험에 투입할 예정이다. 비행시험은 총 2000여 회가 계획됐으며 이를 통해 각종 비행 성능 및 공대공 무장 적합성 등을 확인하면 오는 2026년 체계개발이 종료된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공군은 2026∼2028년 초도물량 40대에 이어 2032년까지 추가 80대 등 총 120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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