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진화하는 잠수함… 핵추진 잠수함도 추진되나

최종수정 2022.11.15 09:00 기사입력 2022.11.15 09:00

1980년대 돌고래급 도입이후 40년 만에 세계 7번째 SLBM 발사 성공
4000t급 잠수함 보유 예정 놓고 일각에선 핵추진 잠수함 염두 예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북한이 지상과 수중 등 가릴 것 없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국내 대응 역량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사에 성공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 북한 도발의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잠수함 성능이 주목받고 있다.


국군 잠수함의 역사는 우리 해군이 1980년대에 도입한 돌고래급 잠수함에서 시작된다. 1번 함인 051함은 1985년에 취역했고 뒤를 이어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052함과 053함이 도입했다. 하지만 노후화가 심각해지면서 20년이 지나 2003년 051함은 퇴역했고 남은 2척도 퇴역하게 됐다. 돌고래급의 도입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역사에 큰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잠수함의 기본개념을 세웠고 이후 한국형 수중무기체계 발전의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 잠수함 사업은 1980년대 후반 장보고급-Ⅰ(209급·배수량 1200t), 장보고급-Ⅱ(214급·1800t)사업으로 이어졌다. 해군은 장보고급-Ⅰ 잠수함 9척과 장보고-Ⅱ급 잠수함 5척을 운용 중이다.


해군에 잠수함이 도입되자 장거리 항해가 가능해졌고 작전 임무도 확대됐다. 첫 해외 작전은 1996년이다. 당시 최무선함은 미 해군 잠수함기지가 있는 괌까지 항해했다. 괌에 입항한 최무선함은 미 해군의 키티호크 항모전투단, 잠수함과 연합훈련을 하고 그다음 해엔 하와이훈련에도 투입됐다.


장보고-Ⅱ급 잠수함은 장보고급-Ⅰ보다 수중작전 지속능력, 은밀성, 수중 음향탐지 능력, 탑재 무장 등 주요 성능이 뛰어나다. 가장 큰 특징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다. 이는 해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10일 이상 수중작전을 가능케 한다. AIP는 외부 공기의 공급이 불가능한 잠항 중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다. ‘장보고-Ⅰ’은 AIP가 없어 잠항 기간이 2~3일에 불과했다.


우리 군은 장보고급-Ⅰ 3척에 이어 장보고급-Ⅱ(3600t)과 장보고-Ⅲ(4000t) 각 3척 등의 한국형 최신 잠수함을 차례로 건조할 계획이다.


잠수함의 함명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다. 장보고-Ⅲ 1번 함의 함명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을 딴 ‘안창호함’이다. 지난해에는 안창호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운용하고 있다.


안창호함에 장착된 SLBM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한 현무 4시리즈 미사일로 ‘4-4’다. 군은 SLBM 전력화 이후 현무 4-4 미사일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안창호함에는 총 6발의 SLBM이 탑재된다. 잠수함은 성능 개량에 따라 배치(batch) Ⅰ·Ⅱ·Ⅲ로 나뉘는데, 안창호함은 배치Ⅰ이며 앞으로 성능을 개량할 잠수함인 배치Ⅱ·Ⅲ에 각각 10발이 탑재될 예정이다.


배치-Ⅱ 사업의 3600t급 잠수함은 길이 89m, 폭 9.6m의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배치-Ⅰ인 도산안창호함보다 중량이 커진 것은 물론 길이도 약 5.5m가량 길어졌다. 전투체계와 소나체계도 성능 개량됐다. 이들 체계는 잠수함 운용에 있어 가장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전투체계는 함정이 항해하거나 전투하기 위한 각종 정보를 통합해 처리하며 무장을 운용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소나와 레이더 등 각종 센서로부터 표적 정보를 수신해 처리 후 어뢰나 유도탄을 발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소나체계는 잠수함의 귀에 해당하며, 수중에서 음향정보를 수신하거나 음파를 발사해 표적의 방위와 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사적도발 위협수위가 높아지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잠수함연맹 창립 10주년 세미나에서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세종대 교수)은 ‘미래형 추진체계(대용량 발전기, 원자력)’를 탑재한 ‘전략잠수함’ 확보를 주문했다. 전략잠수함을 확보해 동·남해, 동중국해 등을 작전구역으로 하고, 장기작전과 전략표적 타격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김 전 차장은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SLBM 탑재 북한 잠수함과 미래 북한 핵잠수함 위협 등을 고려해 전략잠수함 3~6척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핵추진잠수함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에 대항하는 ‘유력한 카드’로 제시된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잠으로 불리며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로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려 동력을 얻는다. 선체 내 소형원자로의 핵연료(농축우라늄)가 다 탈 때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 동안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항해속도는 재래식잠수함보다 3배 이상 빠른 시속 45km에 달한다. 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온 후 최단 시간에 재공격에 나설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20년 향후 5년 동안의 군사력 건설과 운영 계획을 담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서 3600~4000t급 잠수함 보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추진 잠수함을 염두해둔 계획이라는 평가다.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에서 개발할 경우 다목적 일체형 소형원자로(SMART)를 이용할 수 있고, 1조 3000억~1조 5000억원의 비용으로 7년 이내에 개발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해군은 추정하고 있다.


다만 한ㆍ미 원자력 협정이 걸림돌이다. 한ㆍ미 원자력 협정에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이 20%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하고 군사적 목적으론 쓸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기 위해선 한ㆍ미 원자력 협정을 수정해야 한다. 미국의 지지와 동의를 얻지 못한 핵추진사업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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