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보유한 ‘범죄의 탄’… 우리 군도 있나

최종수정 2022.03.02 09:49 기사입력 2022.03.02 08:38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민간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진공폭탄과 집속탄은=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은 폭발력으로 피해를 주는 일반 포탄과 달리 화염과 폭발 압력을 키운 무기다. 폭탄이 터질 때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진공폭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진공폭탄은 폭발할 때 핵폭탄과 비슷한 버섯구름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폭탄은 주로 벙커, 동굴 등에 숨어 있는 적을 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뿐만 아니라 폭발 때 발생하는 높은 압력파가 사람 내부기관(장기)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비인도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 상으로는 진공폭탄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침공, 체첸 전쟁 등에서 이 폭탄을 사용해왔다.


러시아군은 진공폭탄을 쏠 때 ‘그로즈니의 악마’라는 별명을 갖은‘TOS-1 부라티노’ 로켓을 사용한다. ‘부라티노’는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동화 ‘피노키오’에서 영감을 얻어 쓴 단편소설 속 목각인형 이름이다. 러시아군이 그로즈니 지역 건물에 숨은 체첸 반군에게 열압력 로켓탄을 무차별으로 발사,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지도에서 없애버리다시피 해 얻었던 악명이다. TOS-1M은 직경 220㎜ 열압력 로켓탄 30발을 쏠 수 있는 무기다. 최대 35㎞ 떨어진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집속탄은 폭탄 1개 안에 또 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형태의 무기로서 개방된 지형에서 다수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내부 소형 폭탄의 40%는 불발탄으로 남아 전쟁 이후에도 대인지뢰처럼 터져 민간인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유엔에서 2010년 공식적으로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을 맺어 현재까지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 명단에서 빠져 있다.


▲우리 군은 집속탄 있나= 우리 군은 5년 전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단련장로켓포(MLRS) ‘천무’를 연평도에 배치하기로 했다. 천무는 최대 사거리 80km인 신형 다련장로켓포로 주력 다련장인 구룡보다 사거리가 두 배이상 길고 파괴력도 크다.


천무는 유도탄과 무유도탄을 사용한다. (주)한화에서는 유도탄을 자체생산했지만 확산탄(집속탄)에 해당하는 무유도탄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면허생산합의서(MLA)를 통해 생산해 왔다. (주)한화는 천무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유도탄의 개량이 필요했고 MLRS 무유도탄 생산해온 기술력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측에서 승인을 거부하면서 국내서 자체개발을 하기로 했다. 현재는 ㈜한화가 물적 분할한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KDI)에서 확산탄을 개발하고 있다.


일단 한국은 세계 2위의 확산탄 생산국이지만 남북한이 대치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확산탄금지협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확산탄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확산탄이 논란이 되기 시작한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그루지야 등 다양한 분쟁지역에서 사용된 확산탄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살상했다. 국제시민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확산탄 피해자 98%가 민간인이며, 그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어린이다. 특히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 당시 개전 72시간 동안 400만개의 자탄을 투하해 민간인 273명과 해체요원 57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쳐 국제금지운동에 불을 붙였다.


현재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등 적어도 14개국이고, 생산국은 적어도 28개국, 보유국은 적어도 76개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8년 5월 초안이 채택됐던 집속탄금지협약은 현재 프랑스ㆍ독일ㆍ일본 등 30개국이 비준서 기탁을 마쳤고, 서명국은 94개국에서 104개국으로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확산탄금지협약의 가입 여부를 떠나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확산탄의 사용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를 무시한 독단적인 확산탄 정책을 펼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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