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끝없는 기술전쟁

최종수정 2021.11.24 11:00 기사입력 2021.11.24 11:00

스텔스의 2세대로 손꼽히는 F-117A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세계 각국은 적을 찾아내려는 레이더와 적에게 탐지되지 않으려는 스텔스 기술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기술을 진화시키는 것은 전쟁의 판가름을 결정지을 핵심 기술이다.


레이더를 처음 개발한 국가는 영국이다. 1935년 영국 항공부는 기상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로버트 왓슨-와트에게 "라디오파 발신기로 비행기에 타격을 줄 방법이 없냐"고 문의했다.


이에 왓슨-와트는 전파와 빛의 속성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비행기에 타격은 못 주지만 그 위치와 이동 방향, 속도를 측정할 기계를 발명했다. 하늘을 향해 쏘아 보낸 라디오 전파가 금속 물체에 닿아 반사되면, 그 전파를 감지해 모니터에 표시하는 기계였다. 시험은 대성공이었다. 거리 60㎞, 고도 300m 상공의 항공기를 정확히 탐지하면서 영국은 해안지대에 기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실전에서도 기술의 효과는 입증됐다. 1940년 8월 독일 공군기 수백대가 영국을 공습하기 위해 출격했는데 영국 상공에 도달하기도 전에 모두 추락하고 말았다. 미군도 이 기술을 이용해 장비를 만들었고 레이다(RADAR)라는 명칭을 달았다.


우리나라에 레이더가 처음 배치된 것은 한국전쟁 때다. 유엔 공군 대변인은 1952년 12월 "공산군의 미그 제트기가 전선으로부터 약 40㎞ 남쪽에 있는 서울을 향해 접근하는 것을 레이더 장치로 확인하고 즉시 요격했다"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레이더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레이더를 피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당시 B-52 폭격기가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에 요격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1970년대 중반부터 비공개로 스텔스기 개발에 나선다. 록히드마틴사는 스컹크 웍스(Skunk Works) 개발팀을 구성하고 ‘해브 블루‘(Have Blue)’라는 시제기를 개발해냈다. 이 시제기를 바탕으로 태어난 스텔스 폭격기가 바로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F-117 활약은 눈부셨다. 1989년 파나마침공을 시작으로 걸프전쟁 그리고 유고슬라비아 공습과 아프간전쟁에서 활약했다. F-117 스텔스 전투기의 데뷔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걸프전쟁에서 이라크 방공망을 농락하며 1600여 개의 중요 목표물을 공습하기도 했다. 이후 스텔스의 핵심인 ‘레이더 노출 면적(RCSㆍRadar Cross Section)’ 기술은 더 진화했다. RCS는 레이더가 방출한 전자기장이 물체를 만나 다시 돌아오는 값을 말한다. RCS 정보로 항공기의 유형을 알아내고 대응한다.


스텔스는 RCS의 값이 적어 적에 혼동을 준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스텔스 폭격기 B-1B는 길이만 44m, 폭 41m 이지만 RCS가 10㎡에 불과하다. 길이 20.9m, 폭 52.1m인 스텔스 폭격기 B-2는 RCS가 0.75㎡로 ‘큰 새’ 정도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와 F-22는 RCS가 각각 0.001㎡, 0.0001㎡이기 때문에 마치 ‘골프공’처럼 보인다. 적지에 기습공격을 해도 기존 레이더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스텔스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전파흡수도료인 특수 페인트도 개발했다. 스텔스 도료라고 알려졌으며 F-22와 F35는 특수 도료와 흑연이 가미된 외장 복합 소재로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기능을 갖췄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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