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 이겨낸 금메달 영웅 김강훈 “좌절 말아야”

최종수정 2022.04.19 08:01 기사입력 2022.04.19 08:01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 출전한 김강훈(37) 선수


[헤이그(네덜란드) 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헤이그 인빅터스 게임(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에 참가중인 대한민국 선수단이 대회 3일째인 18일(현지시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단의 인빅터스 게임 첫 금메달은 역시 양궁이었다.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 출전한 김강훈(37) 선수는 이날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 주이더 파크 양궁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루마니아의 코조카루 에밀 플로린 선수를 상대로 6대 0 완승을 거두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다음은 김강훈 선수의 일문일답.


▲어떻게 상이군인이 됐나?

-2006년 8월 쯤이다.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에 상병으로 복무중이었는데 총기 오발 사고로 관통상을 입었고 척추를 다치게 됐다.


▲양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는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재활만 생각하고 있었다. 재활한다고 한 2년 정도를 병원만 돌아다녔다. 잘 한다는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남 통영의 집으로 내려가게 됐다. 적응을 못해서 집에서 생활하는 게 힘들었다. 일반 주택이라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기에 불편한 좀 있었다. 그래서 거의 1년은 밖에도 안나가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예전에 병원에서 경험했던 휠체어 럭비가 생각났다. 경남 장애인 체육회에 전화를 해서 휠체어 럭비를 할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휠체어 럭비팀이 있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10년쯤 휠체어 럭비를 해오다 힘든 부분도 있었고 어깨도 아파서 다른 운동을 찾다가 양궁을 추천 받았다. 한번 체험을 했는데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럭비와는 전혀 다른 정적인 운동인데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 5년째 양궁을 하고 있다.


▲장애인 국가대표라고 들었다.

-뭐 실력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운이 좋게 국가대표가 된 것 같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돼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가기로 했는데 대회 1주일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서 못나가게 됐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욱 의미가 있다. 사실 이번 대회도 출전 못할 뻔 했다. 여기 오기 1주일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 때문에 출전을 포기 할 생각도 했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양궁선수라면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실력 아닌가?

-오기 전부터 여러분들이 기대를 해주시는 바람에 심적 압박이 좀 있었다. 저 역시 메달에 대한 기대를 하고 왔지만 막상 시합을 하다 보니 다른나라 선수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다들 잘 쏘더라. 대한민국 양궁에 대한 자존심이 금메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4강전에서 슛 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예선은 맘 편히 치렀는데 토너먼트에 들어가면서 긴장감이 들었다. 한 칸, 한 칸 올라갈 때마다 긴장감이 너무 올라왔고 4강전에서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폴란드 선수 였는데 너무 잘 했다. 진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내가 쏘면 이 선수가 따라오고, 내가 이기면 또 따라오는 상황이었다. 결국 5대 5 동점에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상대 선수가 먼저 8점을 쐈다. 그리고 내가 쏘는 데 팔이 뒤로 안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딱 쐈는데 '이거는 빠졌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8점이나 7점일 줄 알았는데 9점이 되면서 이길 수 있었다.


▲4강전에 비하면 결승전은 아주 쉽게 이겼다.

-모든 경기가 쉽지는 않다. 자신감이 중요한데 어제 4강전에서 이기면서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 당초 목표가 결승 진출이었고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에 긴장감은 좀 덜했지만 그래도 결승은 결승이었다. 살살 긴장도 되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쐈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몸을 다쳤다고 해도 처음에 너무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가 있더라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내 경험으로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다. 또 주어진 다른 일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 자신감이 최고인 것 같다. 자신감을 가지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그렇게 해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