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자마자 전사한 영웅… 70년만에 가족 품으로

최종수정 2021.12.23 09:54 기사입력 2021.12.23 09:54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결혼하자마자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숨은 영웅'이 돌아온다. 유가족의 시료 채취로 임야에 묻혀 있던 유해는 약 70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23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경기도 파주 동패동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181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고(故) 박동지 이등상사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한다고 밝혔다. 국유단은 이날 행사에서 유가족에게 신원확인통지서와 호국영웅 귀환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할 예정이다.


1928년생인 박 이등상사는 4남 4녀 중 장남으로,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결혼했다. 그러나 가정을 이루자마자 부인을 뒤로한 채 참전했다. 고인은 국군 제1사단 12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수원 북방전투(1950.7.3∼7.4)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이등상사의 유해는 이미 9년 전인 2012년 한 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수습됐다. 발굴 현장에서는 60㎜ 박격포탄과 수류탄이 함께 발굴됐고, 고인의 좌측 대퇴골 부위의 일부 유해와 전투화 밑창, 버클, M1탄 등 유품이 함께 발견됐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 기술 등의 한계로 당시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가, 올해 다시 실시된 검사에서 뒤늦게 박 이등상사의 유해임이 확인됐다.


뒤늦게나마 신원이 확인될 수 있었던 건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의 동생과 조카 등 가족들은 2006년과 2013년, 올해 등 세 차례에 걸쳐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다만 고인의 부인은 불과 2년 전 92세 일기로 별세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인은 생전 '혹여나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인의 군복 입은 사진을 걸어놓고 매일 바라보고 기도하면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박 이등상사의 남동생 박희만(69) 씨는 "형님의 유해를 조금 더 빨리 찾았더라면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형수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슬프고 목이 멘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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