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만에 돌아온 아버지

최종수정 2020.10.26 11:10 기사입력 2020.10.26 11:10

고 명한협 일병 결혼식 당시 사진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3살배기 아들을 두고 6ㆍ25전쟁에 참가한 아버지가 70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6ㆍ25 전사자 고(故) 명한협 일병.


명 일병은 1925년 8월 경남 사천시 이홀동 일대에서 6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심성이 착하고 부모님께 효도해 가족들이 고인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고인은 아내 이분악씨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외아들 갑원씨(72)를 낳았다. 26살이되던 해인 1951년 2월경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부산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국군 제6사단 소속(추정)으로 6ㆍ25전쟁에 참전해 가평ㆍ화천 진격전(1951.5.22∼5.30)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평ㆍ화천 진격전은 국군 6사단이 중공(중국)군 제187, 188, 189사단의 공격을막아내고 화천까지 진격한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전사한 명 일병은 66년이 지나서야 대퇴부, 팔 윗부분의 유해 몇 점만 발굴됐으나 신원을 확인할 유품은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고인의 아내는 평생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1993년 세상을 떠났다.


아들 갑원씨는 선친의 유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아버지 유해를 찾고자 DNA 시료 채취에 응했다. 10년만에 반가운 소식이 날라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2017년 5월 2일 강원도 춘천 오항리 일대에서 발굴된 6ㆍ25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명 일병의 신원 확인은 2000년 4월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한 첫 삽을 뜬 후 153번째다.


아들 갑원씨는 "아버지가 돌아오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포기하고 살았는데 찾게 되어 정말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아 덤덤한 마음"이라며 "빨리 아버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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