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에 슬펐던 소년, 지금은 ‘해사생도’

최종수정 2020.03.25 16:21 기사입력 2020.03.25 10:34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10년 3월 26일 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권현우 군은 큰 충격에 빠졌다. 침몰하고 있는 천안함의 뉴스 속보를 접하면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은 그 마음을 고사리 손으로 일기장에 기록했다. 권 군은 그해 4월 14일자 일기에 "너무 너무 슬프다. 천안함이 인양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들의 부모님들은 많이 울었다. 나도 우리나라에 큰 슬픈 소식이 있어서 슬프다"고 적었다.


그림 일기장에는 선체번호 '772'가 적힌 천안함을 인양하는 모습도 담겼다. 권 군의 어머니 윤은주씨는 "가슴을 아파하는 아들에게 천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학부모 모임에서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슬픈 마음에 설명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권 군은 시간이 흘러도 아픈 마음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대입을 준비하던 권 군은 2018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지난해 다시 도전장을 냈고 지난달 해사 78기 생도로 입학했다.


권 생도의 이런 사연은 해군 페이스북에서 진행중인 '천안함 챌린지'를 통해 알려졌다. '천안함 챌린지'는 10주기 추모 이미지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증하는 추모행사다. 어머니 윤씨는 아들이 어릴적 썼던 일기장과 함께 인증글을 올렸다.


권 생도는 "천안함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 원망을 느꼈다"며 "천안함이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한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자랑스러운 장교가 돼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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