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이렇게 만들어진다

최종수정 2022.04.08 16:11 기사입력 2022.02.22 14:11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우리 군이 소총을 처음 만든 것은 6·25전쟁 이후다. 미군이 사용을 중단한 ‘M1 카빈’을 개량해 M1 단발형, 36연발형 M2를 만들었다. 이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병기개발 프로젝트인 ‘번개사업’은 시작됐고 동시에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조병창도 세웠다. 현재는 방산기업인 풍산이 안강공장을 설립해 중대구경 탄약을, 부산 동래공장을 세워 소총탄을 생산하고 있다. 탄약의 미래를 보기 위해 지난 7일 풍산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부산공장에 들어서자 구역별로 세워진 촘촘한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옛 조병창이었을 당시 지어진 군·경 숙소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부산공장이 육군 조병창(탄약 등을 생산·보급하는 시설)으로 시작됐다는 흔적을 그대로 보여줬다.


총알은 뇌관, 탄피, 추진제, 탄자로 구성된다.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의 뇌관에 충격이 가해진다. 이때 뇌관이 터지고 추진제가 폭발하면서 총알의 맨 앞부분인 탄자가 발사된다. 추진제의 양이 많으면 사거리가 늘어나고 탄자가 커지면 파괴력이 커진다. 이게 바로 총알의 원리다. 이 과정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손가락만한 작은 총알도 복잡한 생산과정을 거친다.


풍산 부산공장에서는 K2 소총용 5.56㎜, M60 기관총용 7.62㎜ 탄약, K6 기관총용 50구경 등을 생산한다. 회사 관계자는 총알의 생산과정을 보여주겠다며 제1공장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50여대의 기계들은 옆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굉음을 뿜어냈다. 탄피안에 뇌관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50여t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으로 탄피를 누르기 때문에 소리가 클 수 밖에 없었다.


다양한 가공기계들에 비해 직원들의 수는 적어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1공장의 생명은 수치"라며 "탄의 두께, 크기, 깊이 등 한치의 오차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동화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리를 옮기자 탄피 옆면에 홈을 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총알이 발사된 이후 다음 총알이 재장전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생산과정이다. 여기까지 공정을 마친 탄피는 차례대로 탄피검사기로 들어갔다. 탄피검사기는 내부 카메라로 탄피 하나하나를 찍어 크기 등 정해진 치수와 맞는지 비교를 했다. 탄피검사기는 풍산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비로 지금은 해외에서도 수출을 요구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고 회사관계자는 귀뜸했다.


옆라인에서는 탄자생산이 한창이었다. 기계는 손톱만한 탄자를 쏟아냈다. 조병창시절 사용했던 기계는 탄자를 분당 60개를 생산했다. 반면, 풍산에서 개발한 기계는 분당 125개를 생산한다.


탄피안에 추진제를 넣고 탄자를 결합하는 2공장을 자리를 옮겼다. 성상호 생산품질실장은 "1공장은 수치가 중요하지만 2공장은 화약을 다루는 공장이기 때문에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을 마친 총알은 또 한번 탄피검사기를 통과해야 했다. 마지막 외부검사인 만큼 더 꼼꼼했다. 탄피검사기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만 9대였다. 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불량 총알은 100만발중 15개 정도 발생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루 최대 300만여발을 생산할 경우 불량 총알은 5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검사를 마친 총알들은 로봇앞에 일렬로 서 포장을 기다렸다. 로봇은 10개의 총알을 묶어 넣은 박스를 다시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정성으로 돌본 설비, 일등품질 보답한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탄 생산기업이라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