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전투체계의 산 역사가 숨쉬는 곳

최종수정 2021.06.08 09:48 기사입력 2021.06.08 09:48

가상의 미사일 요격 훈련이 가능한 M&S(modeling & simulation) 체계. 사진제공=한화시스템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_001|한화시스템_$}은 지난해 한국형 구축함(KDDX) 전투체계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함정 전투체계란 함정 안에 탑재된 센서 등을 활용해 각종 위협으로부터 함을 보호하면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해군 전략이 함축돼 있어 함정의 두뇌로 불린다. 함정의 두뇌 개발 현황을 보기 위해 지난달 18일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해양연구소를 찾았다.


KTX 김천구미역에 도착해 차로 30분을 이동하니 구미사업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60평 규모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실에 들어가자 일반 방산기업 생산라인과 달리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 서버가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국내 해양무기체계 연구소 중 가장 큰 규모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독도함(LPH#1), 유도탄고속함(PKX-A), 신형호위함(FFX Batch-1)등 국내 모든 함정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그야말로 함정 전투체계 역사가 숨 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실은 한화시스템이 해군에 납품한 11종의 함정 전투체계를 관리하고 있었다. 함정 전투체계는 ‘베이스라인 1·2·3’으로 구분된다. 베이스라인 1은 적의 미사일의 속도와 사거리가 발전하면서 베이스라인 3으로 발전했다. KDDX가 탑재될 베이스라인 3부터는 하나의 컴퓨터에 여러 함정의 전투체계를 담아 관리할 수 있어 처리 속도가 그만큼 더 빨라졌다.


연구소 한편에 모니터 2대가 붙어 있는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가상의 미사일 요격 훈련이 가능한 M&S(modeling & simulation) 체계다. 적의 미사일을 정확히 요격하려면 탄의 속도·풍향·풍속 등 20여 가지 환경요소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M&S는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동 계산해 예상 명중점 등 정보를 제공해준다.


CIWS-II의 눈에 해당하는 전자광학 추정장비(EOTS) 사진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사업 수주를 위한 개발도 한창이다. 회사 관계자는 CIWS-II의 눈에 해당하는 전자광학 추정장비(EOTS)를 보여주겠다며 연구실 1층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EOTS는 열상·주간·레이저 탐지 기능을 하는 3개의 렌즈를 달고 흔들리는 철판 위에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EOTS가 보고 있는 장면은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화면은 상하좌우로 흔들렸다. 함정이 10도 이상 요동치는 환경으로 설정해 놨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가 전방의 목표물을 설정하자 EOTS 렌즈는 요동치는 함정의 반대로 움직였고 화면 안에 목표물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EOTS는 이미 해군 함정에 40여 대가 설치돼 기술을 검증받았다"며 "현재는 70cm 크기의 물체를 수십여 km에서도 잡아낼 수 있을 만큼 정밀해졌다"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전투기용 적외선탐지추적장비(IRST)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기술을 토대로 탄생한 것이 EOTS다. 또 이 기술을 민수용으로 활용해 자율주행차량의 필수 센서인 열영상 카메라까지 개발한다는 것이 한화시스템의 계획이다.


EOTS가 수집한 영상 정보를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할 경우, 얼마나 정확히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 보기로 했다. 연구실 중앙에 위치한 다기능콘솔은 실제 함정에 설치된 콘솔과 똑같은 모델이다. 가상의 미사일을 함정에 발사하자 함정은 재빨리 미사일을 추적감시하기 시작했다. 미사일이 함정에서 2km 지점까지 도달하자 콘솔은 요격미사일 발사를 언제 발사할지까지 계산해줬다. 미사일을 발견하지 20초도 채 되지 않아 적 지대함 미사일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명중이었다. 해양연구소 연구원들은 시제품 한대가 생산되면 가상의 미사일 등을 수천 발 쏴보며 테스트한다고 전했다. 연구소를 빠져나와 한화시스템의 해양연구소를 뒤돌아보니 이곳이 바로 함정 전투체계의 요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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