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코리아] 한국 첨단기술 기업 빨아들이는 베트남

최종수정 2020.02.06 10:57 기사입력 2019.06.19 11:16


"저렴한 인건비 때문"은 옛말

커진 내수시장 고부가상품 공급

4차산업혁명 물결에 고도화 진행

내년 수출 900억달러 2대 시장 예상

LG전자 SK 현대차 등 현지공략

한화, 항공기 엔진 부품공장 신설

파격적 세계혜택 높은 교육수준

정부가 나서자 외국기업 몰려

[호찌민·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박소연 안하늘 기자] '포스코', '효성'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30분을 달려가면 익숙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얼핏 한국의 정돈된 산업단지처럼 보이는 이곳은 베트남 동나이(Dong Nai)성 연짝(nhon trach) 공단. 약 200여개의 한국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베트남 정부

조경 관리가 잘 된 널찍하고 깨끗한 길을 따라 들어간 곳은 바로 2007년 준공된 LS전선의 베트남 호치민 생산법인 LSCV다. 건물ㆍ공장 건설에 쓰이는 배전케이블부터 장거리 데이터 전송용 광케이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공장 등에 사용되는 부스닥트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곳이다.


동우용 LS전선 베트남 법인장은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베트남 생산을 한다는 것은 옛 말"이라면서 "베트남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현지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생산품도 내수 판매용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이 최근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건립이다. 베트남의 최대 통신사업자인 비엣텔, 국영 통신회사인 VNPT, 최대 IT기업인 FPT 등이 대형 데이터센터 설립에 나섰다. 베트남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면서 산업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전자부품 등 국내 부품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동 법인장은 "베트남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단순 생산기지로서의 기능을 넘어 자체 완성차까지 조립하는 나라가 됐다"면서 "지하철,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도 붐처럼 일고 있어 외국기업들에겐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자국산업이 육성되고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남한 인구의 약 2배다.


한국무역협회는 2020년 대(對) 베트남 수출액이 9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2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은 이미 포화상태인 중국 시장을 넘어 한국 기업에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최첨단 산업으로 전환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최근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공장 이전 결정에 이어, SK그룹과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와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베트남 현지에 항공기 엔진 부품 공장을 추가로 2개 더 짓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베트남의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인력을 활용, 항공부품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법인장은 지난달 23일 화락 하이테크 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올 하반기 2공장 착공을 착공하면 내년 상반기 완공될 것"이라며 "2년 뒤 세번째 공장까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공장이 위치한 곳은 '화락 하이테크 산업단지'로 베트남 정부가 미래를 건 산업단지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하이테크 기업들과 하노이 대학교 등을 입주시켜 차세대 산업단지로 키운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하노이에서 서쪽으로 30km 가량 떨어져 있지만 왕복 6차선 도로가 뚫려있어 차로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도로 가운데는 모노레일을 설치하기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베트남 정부의 파격적 세재혜택과 낮은 인건비, 높은 교육수준의 인력 등을 감안해 이곳에 입주했다. 베트남에 최초로 들어서는 대규모 항공엔진 부품 공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화락 신공장을 결정한 이유에는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한 몫했다.


베트남은 단순 제조업이 아닌 하이테크 기업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약속한다.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을 통한 국가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법인세 최초 4년 면제, 이후 9년 간 50% 감면, 사업개시 연도로부터 15년간 10% 우대 세율 적용, 과학연구 및 기술개발 활동에 사용하는 원부자재 및 부품 부가세, 수입세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김 법인장은 "지금은 현지 인력들이 배우는 과정이지만 내년 쯤되면 자기들끼리 적극적으로 맡아서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지 공장은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한국에서는 원격으로 점검만 하는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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