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VR 군훈련 체계 받아보니… 현실과 동일

최종수정 2020.02.26 09:12 기사입력 2018.08.06 09:54

네비웍스 시뮬레이션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은 지난 4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훈련과정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군별 임무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육군은 '특수작전 모의체계훈련'에 전술훈련용 VR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특수작전과 대테러 훈련을 위한 가상훈련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해군은 '잠수함 승조훈련체계'에 적용해 현실감 있는 잠수함 환경을 구현하고 공군은 '기지작전 훈련체계'에 적용, 가상의 적 공격상황을 모사해 작전수행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군에 접목하고 있는 VR기술의 현주소를 보기 위해 지난 1일 경기도 안양시 스마트퀘어산업단지에 위치한 네비웍스를 찾았다.


네비웍스 정문에 도착하자 본관 옆 넓은 정원이 눈에 띄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청바지를 입은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보였다. 첨단 VR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말만 듣고 찾아간 네비웍스의 분위기는 마치 구글의 한국지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방산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보안카드 없이는 어느 사무실도 들어가지 못했다.


1층 건물에 들어서자 작은 실내체육관 같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크기는 넓이 1160㎡(350평), 높이 12m에 달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을 둘러싸고 사무실이 위치했다. 젊은 직원들이 넓은 공간에 놓인 컴퓨터에 빠져 있었다. 옆에 가보니 마치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듯 했다. 모니터를 보니 일반 컴퓨터 게임보다 더 실감났다.


하지만 옆에 놓은 대응 현황판을 본 순간 게임이라는 생각은 금새 사라졌다. 파고, 풍향은 물론 사망자 수까지 적혀있었다. 해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복합 재난 사고에 대비한 통합 훈련체계였다. 4대의 컴퓨터에는 서로가 맡은 임무가 각기 부여됐다. 통제관은 실시간으로 돌발상황을 제시했고 구조요원, 구조선박, 구조헬기 등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면서 손발을 맞추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부터 정부와 함께 연구를 진행중인 시뮬레이터"라면서 "이 모델로 민ㆍ관ㆍ군이 수시로 재난대비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우 2m 크기의 시뮬레이터로 자리를 옮겼다. VR을 접목시킨 헬기 시뮬레이터(VRSP)였다. 현재 육군에 보급된 10m 크기의 시뮬레이터에 비하면 축소판에 불과했다. 업체 관계자는 "크기가 작다고 우습게 보면 큰 코를 다친다"며 "그동안 외국산 제품이나 외국산 부품을 사용해 이용했던 시뮬레이터와는 달리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하고 조종석으로 이끌었다.


VRSP에 올라타자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에 VR장비를 쓰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눈앞에 활주로는 물론 계기판까지 실제 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숫자와 글자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계기판은 고품질 화질임을 말해줬다. 눈앞에 가상의 두 손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자의 손이었다. 손을 움직일때마다 손가락 하나 하나를 그대로 재현했다. 계기판을 누르는 것 까지 가능했다. VRSP만이 보유하고 있는 햅틱 조종제어 기술이다.


헬기를 띄우기 위해 조종관을 잡아당기고 비행을 시작했지만 비행은 쉽지 않았다. 실제 헬기 조종관처럼 민감한 탓에 10분만에 몸과 기체가 같이 기울더니 지면을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추락모습에 절로 소리를 질렀다. 결국 추락하고 말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진땀을 흘렸다. VR장비를 벗었지만 눈앞에 방금전까지 펼쳐진 영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업체 관계자는 예비군들이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부대 전술훈련용 게임(RealBX)'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M16소총을 손에 쥐고 시가지전투에 임했다. 전방에서 달려오는 적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지만 아군, 일반시민들이 뒤얽힌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고 말았다. 사격명중률은 12%. 10발중 1발만 적군을 향해 발사한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더 현실감있는 시뮬레이터를 보여주겠다며 배틀X 게임으로 안내했다. '소부대 전술훈련용 게임(RealBX)'에 이어 민간게임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는 야심작이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VRSP와 마찬가지로 VR장비를 머리에 착용하니 이번엔 지상전이 펼쳐졌다. 손에 총을 들고 게임모드를 골라 전장 한복판에 배치됐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적군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만 보고 싸우는 기존의 게임과는 달랐다. 몸을 뒤로 돌리니 앞뒤좌우로 전장환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전방의 적군과 교전을 벌이는 사이 후방에서도 적군이 공격해왔다. 결국 3번째 미션도 성공하지 못한 채 장비를 벗어야 했다.


건물을 빠져나왔지만 눈 앞에서 펼쳐졌던 가상현실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영상 40도에 가까운 도심 기온보다 중소기업의 국방기술에 대한 열정이 더 뜨거워 보였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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