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차 흑표의 심장을 사수하라"

최종수정 2011.07.05 16:42 기사입력 2011.06.17 09:45

S&T중공업 창원공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1992년 합동참모본부는 한국형 차세대 전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상전이 벌어졌을 경우 대전차전(戰)을 이끌 전차의 이름은 K2(일명 흑표). 조립은 국내방산기업인 현대로템이,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은 각각 엔진과 변속기를 만들기로 했다. 엔진과 변속기를 합치면 '전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팩이 된다.
 
막상 결정은 했지만 실제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개발과정에서 파워팩이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는 고심에 빠졌지만 한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국산 명품무기의 '심장'을 수입품으로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개발시한은 오는 10월까지다. 전차의 심장을 만들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S&T중공업 창원공장을 찾았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회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부분 직원은 오토바이와 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S&T중공업 창원공장의 부지가 378,708㎡(약 11만 4559평)나 되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는 어렵다. 창원공장은 특수사업 1공장, 차량사업 2공장, 기계소재사업 3공장 등 총 3개 공장으로 이뤄졌다. 한 공장만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분당 300발이 발사 가능한 40mm 주무장의 핵심기술은 연발에도 균열이나 변형이 되지 않는 총열이다. 생산공장에서 품질검사를 받고 있는 40mm 주무장.

S&T중공업의 전신은 1959년에 창업한 예화산탄공기총제작소이다.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산탄공기총을 개발한 것은 물론 1968년부터는 일본 등에 수출도 했다.

 
변속기 제작공장인 1공장은 부품을 만드는 생산라인, 조립라인, 시험라인으로 나뉘어져 있다. 생산라인에선 화력ㆍ기동장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옆 라인에서는 세로 4m, 가로 3.5m 크기의 대형공작기계(CNC)가 변속기를 깎아내고 있었다. CNC에 장착된 드릴이 쉴새없이 물을 뿌리며 움직이고 있다. 이 공작기계는 S&T중공업에서 특별제작된 것으로 입력된 프로그래밍 수치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되고 있다.
 
윤영혁 특사생산팀장은 "수많은 부품중에서 하나만 잘못되도 변속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정밀가공을 위해 공작기계 일부는 자체제작한다"고 말했다.
 
윤 팀장이 안내한 곳은 부품검사소. 비슷 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부품들이 정리정돈돼 있었다. 부품 검사는 크기 오차를 점검하는 치수검사, 재질을 확인하는 성분검사, 기름유출여부를 확인하는 공압검사, 내시경을 이용하는 내부검사로 이뤄진다.
 
내부를 검사하는 직원은 마치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하듯 조심스러웠다. 혹시 모를 이물질을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공장안으로 들어오는 티끌 하나도 모두 적이라는 것이 직원의 귀뜸. 이 때문에 조립라인마다 투명한 벽을 세워 이물질이 조립라인 사이를 날아다니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대형공작기계(CNC머신)은 입력된 수치에 따라 움직이며 변속기를 정밀하게 깎고 다듬는 용도로 사용된다.

 
서재현 국방기술품질원 창원센터 3팀장은 "현재 품질보증인력은 부족하지만 장비별, 부품별 담당자들이 서로의 영역을 맞물려 검사하고 있다"면서 "기한내에 파워팩을 전력화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옆 건물로 이동하자 K21 차기 보병 전투장갑차에 장착될 40mm 주무장이 일렬로 서 있었다. 변속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총도 만드냐는 질문에 윤 팀장은 "S&T중공업의 전신은 1959년에 창업한 예화산탄공기총제작소"라며 "세계 최초로 산탄공기총을 개발한 것은 물론 1968년부터는 일본 등에 수출도 했다"고 설명했다.


 
분당 300발이 발사 가능한 40mm 주무장의 핵심기술은 연발에도 균열이나 변형이 되지 않는 총열이다. 40mm 주무장의 경우 총열상태를 검사하기 위해서 고압사격, 연습예광탄, 날개안정철갑탄 등 20발이상 사격해야한다.
 
조립된 K6중기관총 사격시험을 위해 지하사격장으로 내려갔다. 가로 3m, 세로 3.5m 크기의 터널를 향해 중기관총은 고정되어 있었다. 터널 30m끝에는 탄이 뚫지 못하도록 모래가 쌓여있었다.

내시경장비로 내부를 검사하는 직원은 마치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하듯 조심스럽게 다루고 이싿.

 
K6중기관총의 방아쇠는 일반소총과 달리 버튼식이다. 단발을 5발 연이어 쏘자 손끝이 찌릿했다. 차가운 손잡이에서는 발사충격이 느껴졌다. 10여발을 연이어 쏘자 총열에는 하얀연기가 피어오르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소음을 막기 위한 헤드셋도 소용없었다. 지하사격장을 빠져나오자 오전에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듯 햇살만 비추고 있었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은 북한이 밀고 내려온 T-34전차를 상대할 단 한대의 전차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군은 최강 지상전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경쟁력의 원천이 한국형 전차, K2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변속기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총 1만 5000여개. 이중 60%를 S&T중공업에서 자체 생산한다

분당 300발이 발사 가능한 40mm 주무장의 핵심기술은 연발에도 균열이나 변형이 되지 않는 총열이다.

양낙규 기자 if@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