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美 방산업체도 탐냈다…차세대 전투기 생산 현장

최종수정 2023.04.11 10:13 기사입력 2023.04.11 06:40

전투기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
생산라인도 신기술 접목
자동화 시설로 생산 시간은 줄이고 정확도 높여

우리 손으로 개발한 최초의 차세대 공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2001년 첨단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지 22년 만이다. 전투기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투기 개발 능력은 한 나라의 기술력과 국력을 가늠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된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차세대 전투기 생산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국력을 점검했다.


돔구장을 연상케 하는 전투기 생산 현장

항공기는 날개의 유형에 따라 크게 고정익과 회전익으로 분류된다. 회전익은 헬리콥터가 대표적이며, 고정익은 전투기나 민항기가 해당된다. 전투기를 생산하는 KAI 고정익동은 마치 돔구장을 연상케 했다. 고정익동은 2층에서 생산라인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생산라인은 각종 설비와 기계들이 즐비해 일반적인 공장의 모습과는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고정익동은 축구장 3개를 합친 거대한 규모에도 기둥이 없었다. 다양한 고정익을 만들기 위해선 옆 생산 라인으로 이동이 손쉽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2층에선 아직 도색도 하지 않은 전술입문기인 'TA-50'과 태국에 수출을 앞둔 'T-50TH'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TA-50 꼬리 날개에는 033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33번째 생산품이라는 의미다. TA-50과 T-50TH 사이에는 조립이 한창인 회색 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KF-21 보라매다. 꼬리날개에는 006이라는 숫자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1층 생산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종 조립을 앞둔 전투기 동체들과 날개들이 공정에 맞춰 배치된 상태였다. 전투기는 조종석이 있는 전방동체, 날개가 있는 주익동체, 꼬리날개가 있는 후방동체가 조립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용접은 하지 않는다. 구멍을 뚫고 볼트와 너트, 리벳 등으로 연결해야 언제든지 분해와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체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핵심이다. 유민규 KFX사업관리팀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항공기에 3400여개의 구멍을 뚫어 ‘전투기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제품’이라고 했다”면서 “KF-21부터는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LRDS)를 도입해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KF-21의 날개는 기존의 항공기처럼 알루미늄이 아닌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를 사용한다. 가볍지만 강도는 더 단단하다 사람이 구멍을 뚫을 경우 1개의 구멍당 154초가 걸리지만, 자동화장비는 25초면 충분하다. 생산라인엔 사람의 팔처럼 생긴 로봇이 거침없이 위치를 찾아 구멍을 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美 방산업체도 부러워한 자동화조립장비(FASS)

조립 과정도 자동화 기계가 맡았다. 카이가 개발한 자동화조립장비(FASS)는 항공기 3개의 구조물을 조립할 때 설계대로 정확히 맞춰 주는 자동 정렬 시스템이다. 오차범위는 0.025mm 이하로 A4용지 두께의 4분의1 수준이다. 사람보다 정밀한데다, 조립 시간도 80% 단축됐다. 이들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방산업체에서도 탐을 낼 정도라고 했다. FASS는 T-50을 생산할 때 처음 도입했고 수리온 생산에서도 적용했다. KF -21 조립에 투입된 FAS는 3세대 모델이다.


생산라인 옆 모니터에는 공정 진행 과정을 번호로 표기했다. 공정 번호는 4자리로 표기된다. 모니터에 표기된 1118번은 마지막 공정 단계에 있다는 의미였다. 이 공정 단계에서는 기체 내부에 각종 시스템을 장착하고 표면을 외피로 덮는다. KF-21내부에 들어간 전선만 3만여m로 지구 두 바퀴에 해당한다.


생산라인 끝에선 고정익도 외부의 굉음이 들려왔다. 문을 열고 나가니 4번째로 생산된 KF-21이 엔진 출력을 높여 서서히 움직였다. KF-21은 조종사가 2명이 탑승하는 첫 복좌전투기다. KF-21은 ‘하이택시에(hi-taxing)’을 준비 중이었다. 3km 활주로를 이륙하기 직전인 시속 200㎞로 내달리는 일종의 지상 테스트였다. 격납고 앞에서 8자를 그리며 꼬리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칼바람이 몰아치는 활주로로 빠져나갔다. 엔진의 출력을 끌어올리자 눈 깜작할 사이에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KF-21을 통해 세계 전투기 시장을 점령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