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해안감시레이더

최종수정 2021.11.24 11:00 기사입력 2021.11.24 11:0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지난 2019년 6월 강원도 삼척항에서 북한의 소형 목선이 발견되면서 해안 경계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시 북한 선박이 우리 군 경계망에 걸리지 않고 삼척항 인근까지 내려왔다는 지적에 군은 "소형 목선은 탐지가 제한된다"며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육군에 보급된 해안감시레이더(GPS-98K)를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됐고 국내 방산기업인 STX엔진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해안을 지켜낼 레이더 기술을 보기 위해 지난 17일 STX엔진 용인연구소를 방문했다.


용인연구소를 들어서자 적의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인공위성 시스템 소나(sonar)를 시험하는 시험동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STX엔진 전자통신본부는 대우통신 시절부터 30년간 해안 감시용, 함정용 등 다양한 레이더를 개발했다"며 "우리나라 해안에서 운용되는 GPS-98K를 1998년 최초로 국산화 개발한 것도 STX엔진"이라고 설명했다.


4층에 올라가니 해안감시레이더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군에 배치될 해안감시레이다-Ⅱ 이전 모델인 수출용으로 제작된 해안감시레이더(GPS-800K)모델이었다. STX엔진은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해안감시레이다-Ⅱ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안감시레이더는 레이더, 송신부, 전신부, 데이터센터 등으로 나눠진다. 레이더는 3.7m 길이로 마치 묵직한 철근처럼 생겼다. 하지만 안에 삽입된 부품은 최첨단 장비였다. 레이더는 전파를 빔형태로 발사하고 물체에 부딪힌 전파를 재수신한다. 재수신된 전파로 물체의 위치와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다. 철근처럼 생긴 조그만한 레이더는 최대 32㎞에 떨어진 물체까지 포착할 수 있다. 2km 내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100% 포착할 수 있다.


김진기 전파통신연구소 실장은 "현재 개발중인 해안감시레이더는 국방 개혁에 따른 병력 감축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기존 체계는 1대의 레이더에 인력 1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4대의 레이더를 인력 1명이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더의 전파를 받아내는 송신부는 가로세로 1m 크기도 안되는 조그만한 박스처럼 보인다. 박스 안에는 컴퓨터 하드웨어처럼 또 다른 박스들이 여러개 장착되어 있다. 레이더가 받은 전파를 수집해 분석하는 장비로, 사람으로 따지면 두뇌에 해당되는 핵심장비다. 송신부는 전파로 구분한 물체가 실제 물체인지, 해안의 파도 물결인지 구분해 표적을 식별해준다.


송신부가 식별한 전파는 그대로 화면에 전송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서해안 부대에서 시험평가를 했던 화면을 보여주겠다면 모니터를 켰다. 모니터는 줄과 점으로 일대를 나타냈다. 줄로 된 부분은 방파제나 철탑을 나타냈고 출항을 하는 어선들은 각종 부호들로 위치를 알렸다. 화면의 표적은 해안경찰이 사용하는 레이더와도 연동되어 가동됐다. 신고가 되지 않는 어선이나 물체가 해안에 접근할 경우에는 송신부에서 자체 판단해 경고음을 울려줬다.


하재술 STX엔진 전자통신연구소 소장은 "해안레이더는 군사적인 목적도 중요하지만 평시 밀입국자를 막기 위한 방어책"이라면서 "노후화된 레이더 교체로 치안유지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접경 해안지역에 배치된 감시레이더 140여대 중 100여대가 수명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화율은 71.4%에 달해 교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함정용 레이더 등 탐색 레이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를 보고 나니 안도감이 들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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