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포의 공장에서는 국력이 생산됐다

최종수정 2021.07.06 10:33 기사입력 2021.07.06 10:20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각국 해군은 16세기부터 함포를 함정의 주력무기로 사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정은 점점 더 커져갔고 함포의 위력도 강해졌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기습을 기점으로 함정은 전투기와 대함미사일에 대응하는 함대공 시스템시대로 돌아섰긴 했지만 여전히 함포는 주력무기로 손꼽힌다. 근거리 목표나 소형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대응수단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함정에 장착되는 함포의 기술을 보기 위해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현대위아 생산시설을 방문했다.


현대위아 창원공장은 총 5개로 구성된다. 1공장은 공작기계, 2공장은 자동차부품과 방위산업 제품, 3·4·5공장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한다. 총 8만 2600㎡(2만 2500평)규모의 공장에 들어섰지만 함포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양한 공작기계와 자동차부품만 가지런히 정리정돈된 모습이었다. 공장안 골목으로 200m에 들어가니 특수공정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안에도 투명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어 내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다른 회사의 방산회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사람과 물건이 이동하는 바닥에는 금속판이 깔려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함포의 무게가 워낙 무겁다 보니 이동 중에 바닥도 보호할 수 있고, 먼지가 날리지 않아 청결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안에서는 거대한 쉴드(Shield)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쉴드는 함포를 덮는 덮개로 전시에 함포를 보호해준다. 거대한 쉴드는 가로와 세로가 3m, 높이가 3m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리 해군함정에 장착된 함포중에 가장 큰 함포인 127mm함포 쉴드였기 때문이다. 함포의 충격을 견디고 부식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철판 두께만 8cm가 넘었다.


127mm 함포생산라인에 들어서니 ‘특수’라고 쓰여 있는 노란 플라스틱통에 알 수 없는 부품만 가득이었다. 회사관계자는 “127mm 함포에 들어가는 부품수만 4만개가 넘고, 함포 1문을 생산하는 기간만 30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옆에는 함포의 핵심인 슬라이드(Slide)조립체 조립이 한창이었다. 슬라이드 조립체는 함포가 포탄을 발사할 때마다 앞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함포를 원위치로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수십 여톤이 넘는 충격을 견디고 함포를 재발사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슬라이드 조립체를 얹을 포가조립체를 보니 온통 파이프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127mm 함포를 전기로 움직이려면 전력소모가 많기 때문에 기름의 압력을 이용한 유기압식을 사용한다. 파이프는 바로 유기압식을 위한 것이었다.


옆 생산라인에서는 76mm 함포생산이 한창이었다. 76mm 함포는 생산 완성단계로 함정에 설치된 것 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76mm는 현대위아가 처음으로 국내기술로 개발한 함포다. 회사 관계자는 함포 안으로 들어가보자며 계단을 통해 지하로 이끌었다. 함포 내부에 들어가니 함포탄 80발을 장전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가 발사되면 유압식으로 원위치로 돌려주고 동시에 함포탄은 자동장전된다.


한상철 책임연구원은 “소총은 연발을 할 경우 총열이 뜨거워져 더 이상 사격이 힘들지만 76mm 함포의 경우 물로 열을 식히는 자동시스템이 되어 있다”면서 “분당 100발을 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76mm 함포 옆에는 포신이 정렬되어 있었다. 총알이나 포를 발사하려면 포신 안은 홈을 만들어야 한다. 탄이 발사되는 순간 자체 회전을 시켜 방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총알을 발사하는 소총의 총열 홈은 6개로 이뤄졌다. 반면, 함포는 포탄 자체가 커 24개의 홈을 만들어져 있다. 함포는 또 강도를 높이기 위한 열가공과 수명을 늘리기 위한 도금 등 여러가지 특수공정을 거쳐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76mm함포가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전원스위치를 올렸다. 76mm 함포는 순식간에 포신의 방향을 상하좌우로 바꾸며 전방을 주시했다. 360도 제자리를 회전하는 시간도 수초에 불과했다. 다른 국가들이 함포를 구입하더라도 국가기밀로 여기는 도면만큼은 넘기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장을 빠져나와 1공장을 쳐다보니 기술지원센터 건물엔 ‘WIA, THE NEXT SOLUTION’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바로 첨단기술로 함정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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