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미사일의 요람을 가다

최종수정 2021.05.25 10:47 기사입력 2021.05.25 10:35



[구미=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다. 주로 사거리가 짧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북한 미사일과 유도탄을 요격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핵심 조건으로 손꼽히는 KAMD는 조기경보 레이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CELL), 중거리(M-SAM)와 장거리(L-SAM) 지대공 유도무기 등으로 구성된다. 요격미사일의 핵심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II를 보기 위해 지난 11일 LIG넥스원 구미공장을 찾았다.


구미산업단지에 위치한 LIG넥스원 정문에 들어서자 까다로운 보안 절차가 기다렸다. 휴대전화 촬영을 막기 위해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금속탐지기로 온몸을 검색했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건물들이 밀집해 있었지만 건물의 번호로 구분되어 있었다. L1이라고 쓰인 조립동에 들어서니 육중한 몸매의 군용 트럭이 버티고 서 있었다. 천궁 II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다기능 레이다(MFR), 발사대, 교전 통제소로 구성되는데 이중 통제소를 실은 군용 트럭이었다. 통제소는 가로 3m, 세로 4m 크기로 조그마한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겼다. 군용 차량 뒤면으로 돌아가 통제소 안에 들어가 보니 양측면에 컴퓨터 서버들이 촘촘히 쌓여있었고 정면에는 컴퓨터 모니터 3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조그마한 독서실을 연상케 했다.


이건우 생산팀장은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탄도탄과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천궁 II의 모든 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천궁 II의 전 모델인 천궁 I은 항공기 요격용으로 개발됐다. 천궁 I의 탄두는 항공기에 부딪히기 전에 파편이 터지면서 요격을 하는 파편형이다. 하지만 천궁 II는 항공기는 물론 탄도탄도 직접 맞춰 요격할 수 있는 직격탄 형식으로 개발됐다.


회사 관계자들은 항공기와 탄도탄을 추적하는 레이더를 보여주겠다며 공장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레이더체계 종합시험장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시험장에는 대포병레이더-II와 국지방공 레이더가 레이더를 펴고 전방에 있는 필봉산을 보고 서 있었다. 대포병 탐지레이다-II는 북한의 장사정포의 탄을 60km 이상까지, 국지방공레이더도 저고도 침투 항공기를 60km 이상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 레이더들은 군에 납품되기 전에 시험평가가 한창이었다. 이 레이더들은 눈앞에 낙동강을 건너 1.2㎞ 지점에 있는 전파 반사체(BEACON) 타워를 향해 전파를 쏘고 있었다. 이 시험장은 400km 탐지거리까지 설정할 수 있어 국내 최대 규모의 레이더체계 시험장으로 손꼽힌다.


가장자리에는 천궁 II 레이더가 10m 높이로 레이다를 올리고 서 있었다. 레이더 통제소 안에 들어가 보니 교전 통제소보다 더 좁았다. 하지만 레이더 통제소답게 모니터에는 영화에서 보던 원형의 레이더가 그려있었고 그 안에 목표물을 놓치지 않고 추적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천궁 II는 발사된 이후에 레이더가 표적을 추적하고 표적에 가까워지면 천궁 II의 탐색기가 표적을 끝까지 쫓아 요격하기 때문에 명중률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천궁 II 생산라인 취재를 마치고 본부에 도착하니 6ㆍ25 전쟁에 참여한 16개국과 유엔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전쟁의 아픔과 참전국들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마땅한 무기가 없던 나라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로 발전해 나가는 현장이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