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 점령한 LAH의 시험비행

최종수정 2021.05.13 11:12 기사입력 2021.05.11 12:06

창공 점령한 LAH의 시험비행

창공 점령한 LAH의 시험비행

창공 점령한 LAH의 시험비행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우리 군은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헬기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1970년대부터 헬기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헬기는 전투현장에 병력을 신속히 모아 전투를 치르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기동력의 핵심역할을 했다. 우리 군은 예산을 고려해 정찰, 수송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소형 헬기 500MD를 선택했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다양한 목적에 맞는 헬기를 국내기술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군용헬기의 현 주소를 보기 위해 지난달 19일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KAI를 방문했다.


봄바람이 휘날리는 KAI 정문에 들어서자 KT-1 기본훈련기가 창공을 가르질러 굉음을 내며 반겨줬다. 지난해 2월 새로 문을 연 약 1만7851㎡(5400평) 규모의 회전익동 4층에 올라가자 소형무장헬기(LAH) 시험비행을 위한 브리핑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LAH는 육군의 노후 공격헬기인 500MD와 AH-1S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두 번째 국산 헬기다. 연구개발에 약 6643억원, 양산에만 6조원이 투입된다. KAI는 지난 2015년 6월 개발에 착수한 이래 3년여만인 2018년 12월 시제 1호기를 처음 공개하고 지난해 7월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개발비행시험조종사 2명과 연구진 10여명은 시험비행을 위해 준비가 한창이었다. 계측장비, 연료, 날씨 등 현황은 물론 브리핑룸에 지도를 띄워 시험비행할 LAH 2호기의 비행구간 정보도 공유했다. LAH는 아직 군에 납품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3년간 2000시간의 시험비행을 거쳐 8000개의 테스트항목을 통과해야한다. 통상 헬기 시험비행테스트 기간은 5년이지만 우리나라는 노후헬기의 교체가 시급해 3년으로 줄였다. 개발비행시험조종사의 1년간 비행시간도 다른나라 조종사보다 2배가량 많은 300시간에 달한다.


브리핑이 끝나자 개발비행시험조종사는 항법자료, 테스트자료가 든 비행팩과 헬멧을 들고 회의실을 나섰다. 조종사의 얼굴엔 비장함이 엿보였다. 미국 등 6개국에서 1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자격을 갖춘 개발비행시험조종사는 국내에 10여명에 불과하다. 이날 LAH의 시험조종은 국내 첫 개발헬기 수리온을 3500시간 시험비행한 조종혁 조종사가 맡았다.


조 조종사는 LAH가 대기하고 있는 회전익동으로 자리를 옮겨 비행전 외관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시험비행에 나서기 전에 체크해야 할 항목들만 대략 50여개가 넘었다. 부조종사가 체크리스트를 불러주면 주 조종사는 엔진안까지 들여다보며 꼼꼼히 살폈다. 자칫 놓치기 쉬운 실수하나로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을 잡아주는 LAH의 보조프로펠러(블레이드)는 기체안에 장착됐다. 페네스트론(Fenestron)방식으로 외부의 물질과 부딪힐 확률도 적고 소음도 줄일 수 있다. 헬기 앞부분에는 기다란 코처럼 생긴 노이즈 붐(Nose boom)이 달려있었다. 헬기 계기판에 체크되는 고도와 바람 등 수치의 정확도를 비교하는 장치였다.


조 조종사는 “비행전 정비사가 빠짐없이 체크하지만 최종적으로 조종사가 점검을 해야한다”면서 “특히 시험테스트 비행전 정비는 시험결과를 달리 나오게 할 수 있어 더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LAH는 견인차에 이끌려 회전익동을 빠져나갔고 2번이라고 쓰인 지름 10m 원 안에서 대기했다. 곧 시동이 걸렸고 조종사들의 움직임은 더 분주해졌다. 계기판의 수치를 점검하는 듯 했다. 점검이 끝나자 LAH 바퀴에 걸려 있던 나무를 치웠고 엔진은 더 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20m 밖에 서 있는 기자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을 내 뿜었다. LAH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듯 가볍게 이륙했다. 좌우로 , 상하로 기체를 움직이며 가볍게 몸을 푸는듯하더니 날쌘 표범처럼 활주로를 차고 올랐다. 순식간에 LAH는 눈앞에 사라졌다.


이륙하는 모습을 보고 회전익동으로 들어오니 다양한 수리온 파생형 헬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마치 수리온의 형제들이라고 말하는듯 했다. 밝은 회색빛깔의 해병대용 헬기인 마린온은 시제기 1호기를 뜻하는 ‘001’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 옆에는 보건복지부 로고가 달린 의무헬기, 관용으로 납품될 소형민수헬기(LCH)도 나란히 서 있었다.


수리온 파생형중 관용헬기는 저가입찰과 제각각 입찰 규정으로 인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공공기관마다 사용하는 외국산 헬기의 모델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날 LAH의 시험비행을 보니 회전익동에 서 있는 001 파생형 헬기들도 곧 국내시장을 평정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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