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T사업 눈 앞 카이… 항공 나사 하나까지 현미경 검사

최종수정 2020.02.26 09:12 기사입력 2018.02.19 10:14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다음달 최종제안서(BAFO)를 제출한다. 미 공군은 APT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T-38C 훈련기를 차세대 훈련기로 교체한다는 복안이다.


1차 도입분만 350대로 미 공군과 해군이 650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총사업비만 약 17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방산전문가들은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항공기 수출을 위해선 꼼꼼한 품질관리가 최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과 함께 항공기 품질을 관리하는 KAI를 지난 12일 찾았다.


사천 KAI공장에 접어들자 바람이 거셌다. 공장에는 대형건물 대신 활주로가 자리잡았다. 남해의 바닷바람은 그대로 기자의 뺨을 때렸다. 항공기 조립동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듯 따뜻한 온기와 함께 나사를 조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공장 라인에 들어서니 각종 항공기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공장라인은 총 4개였다. 각각 F-15동체, T-50, 국산헬기인 수리온, F-15 날개를 생산중이었다. 완성될수록 앞으로 전진하는 방식으로 생산라인 끝까지 나아가면 완성품이 나왔다. 수리온과 T-50을 생산하는 라인 사이에 들어서니 무인자동차가 느린 속도로 서서히 움직였다. 지게차의 축소판 정도로 보이는 무인자동화장비다. 올해 1월 대당 1억5000만원을 투자해 2대를 도입한 이 장비는 공정별 예약작업의 부품을 창고에서 꺼내 작업현장으로 운반한다.


공장 관계자는 "무인자동화장비는 조립품을 다음 공정까지 실어나르는 것은 물론 조립과정에서 나사 구멍 하나까지 정확히 맞춰 오류를 그만큼 줄여준다"고 말했다.


생산라인에선 이라크 국기가 새겨진 T-50도 눈에 띄었다. 이라크 수출용으로 제작된 T-50IQ다. 공장 관계자는 부품을 보관하는 듯한 상자를 열어보였다. 부품을 보관하는 상자에는 부품 하나하나마다 12개자리의 복잡한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주민등록번호같은 부품만의 고유 숫자였다.





현장에서 만난 기품원 관계자는 조립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기품원은 기초부품 제작 단계부터 부품 조립, 탑재장비 체계 통합, 기능구현 점검, 완성품 감사 단계까지 항공기 생산의 모든 공정에서 품질보증을 한다.부품 제작업체부터 최종 항공기를 조립하는 업체까지 전국 5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만큼 조그만한 품질결함도 놓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기품원 관계자는 "1980년대는 구성품에 대해서만 품질검사를 했지만 T-50 자체개발을 시작으로 설계, 구매, 부품, 조립, 생산 단계 등 5단계로 나눠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며 "항목이 많다보니 T-50은 16개월, 수리온은 14개월간 품질검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품원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 23개국과 국제품질보증협정을 맺고 해외로 수출하는 군수품에 대해서도 구매국을 대신해 품질보증을 한다. 항공기의 경우 인도네시아에 KT-1B, 페루에 KT-1P, 필리핀에 FA-50대를 수출했을 당시에도 기품원이 정부의 품질보증을 했다. 지금은 우리 무기를 수입하는 상대국가가 기품원의 국제 품질보증을 수출 계약 필수요건으로 내걸 정도다. 기품원이 한 해 동안 품질보증을 해주는 양도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600여개 군납업체에서 생산하는 4만여 제품의 품질보증을 해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조원에 달한다.


품질경영을 위한 노력은 KAI도 만만치 않다. KAI는 2003년 당시 세계적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기관인 LRQA(Lloyd's Register Quality Assurance)로부터 'AS9100 국제 항공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KAI관계자는 "T-50날개 하나에 뚫린 나사구멍만 만개가 넘지만 품질경영업무를 담당하는 KAI직원 270여명이 항공기의 120만개 모든 공정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장 끝부분으로 다가가니 완성된 항공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 문을 열고 나가니 활주로에는 타국의 창공을 지켜낼 항공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미국의 차세대훈련기가 곧 생산돼 자리를 꿰차고 있을 날이 기대됐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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