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사업이 K-방산 만들었다

최종수정 2022.08.03 11:14 기사입력 2022.08.02 11:0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1960년대 후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대(對) 한반도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내밀었다. 당시 위기에 몰린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손으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고 제안했다. 국내 방위산업의 문을 연 셈이다. 이를 계기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립됐고 병기긴급개발사업(번개사업)도 진행됐다. 60년이 지난 지금은 전차와 잠수함, 정밀유도무기, 전투기 등을 설계·제작할 정도로 괄목상대할 발전을 이뤘다. K-방산의 르네상스가 열린 것이다.


올 1월에는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지대공 요격무기 수출 계약에 서명했다. 단일 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2월에도 이집트가 K-9 자주포 200여 문(2조 원대)의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화와 9800억 원 규모의 무기물자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와 군 당국이 올해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국산 무기 수출 규모는 15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수출 스타’로 불리는 명품무기들이 계획대로 수출된다면 세계 5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주요 사업은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 외에 호주의 차기 장갑차(레드백·50억~75억 달러), 폴란드의 FA-50 경공격기(30억 달러) 및 K-2 전차(최소 3억 달러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천궁Ⅱ 요격미사일, 차기 호위함, 비호복합 방공 체계(총 60억달러 이상), 말레이시아·콜롬비아의 FA-50 경공격기(총 17억달러 이상) 수출 사업 등이 있다.


최근 노르웨이는 연내 현대로템의 K2전차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단 입장을 비추기도 했다. 노르웨이는 지난 2월 현지에서 K2 전차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술·가격 협상을 거쳐 전차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를 결정하고 올해 말 계약할 예정이다.


세계 최강의 전차로 평가받는 K2 전차는 주포로 120㎜ 55구경 활강포를 장착했다. 기동력은 1500마력의 엔진으로 최대속도 70㎞/h을 발휘한다. 유도 교란형 능동 방호 시스템을 적용해 전차에 접근하는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감지해 대응 연막탄을 발사하거나 회피기동하며 피격되더라도 폭발반응장갑을 적용해 생존력을 높였다.


한화디펜스가 10년 동안 개발한 K9 자주포는 명품무기 답게 곳곳에 수출됐다. 1998년 개발 완료된 K9은 최대사거리 40㎞, 발사속도 6~8발/분, 탄약적재량 48발이다. 한화디펜스는 2001년 처음으로 터키와 기술이전을 통한 K9 현지 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에 K-9을 수출했다. 노르웨이는 K9 2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도입했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은 전체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호주 시장도 이미 도전장을 내걸었다.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은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2019년 9월 호주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LAND 400 Phase 3)의 최종 2개 후보 장비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바다를 지배할 무기체계도 수출효자로 손꼽힌다. ‘바다의 암살자’라 불리는 잠수함은 국내 개발에 이어 수출 쾌거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부터 1400t급 잠수함 6척(인도네시아 등)과 군수지원함 등 군함 6척(영국·노르웨이)을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누적 수출액이 36억 달러(약 4조62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과 2019년 1400t급 잠수함 총 6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인도네시아와 체결했다. 수출된 잠수함은 해군의 209급 장보고함(1200t급)을 개량한 것이다. 이 수출로 한국은 선박 건조 기술 중 가장 어렵다는 잠수함 건조 능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은 세계 5대 잠수함 수출국이 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기본훈련기 KT-1는 2001년 인도네시아에 이어 2007년 터키, 2012년 페루에 잇따라 수출됐다. 2014년 국산 경공격기 FA-50 12대가 필리핀에 수출됐다. FA-50은 2011년 인도네시아에 16대가 수출된 바 있다. KAI는 T-50 계열 수출로 누적 3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T-50 항공기 1대 수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중형자동차 1000대 수출에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500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훈련기·경공격기 시장을 함께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오는 2024∼2025년쯤 약 20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160대)·전술훈련기(65대)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AI는 미국을 시작으로 경전투기시장(2800여대) 중 37%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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